2004년 8월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수성 탐사선 ‘메신저(MESSENGER)’호가 수성을 향해 출발했다.
메신저호는 1974년부터 1975년에 걸쳐 세 차례 수성을 탐사한 ‘매리너 10호’에 이어 미국이 두 번째로 발사한 수성탐사선이다. 하지만 매리너 10호가 하지 못한 수성 궤도 진입에 최초로 성공했다.
메신저호는 카메라를 비롯해 대기와 지표, 감마선, 중성자 등을 탐사·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장착했다. 수성이 태양과 가까운 만큼 400℃를 넘는 고온을 막기 위한 열 차단벽도 갖췄다.
메신저호는 지구에서 수성으로 가는 단거리를 두고 먼 거리를 돌아갔다. 수성으로 바로 갈 경우 태양 중력으로 인해 수성을 지나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수성과 금성, 지구 중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6년 7개월간 약 79억㎞를 비행한 끝에 2011년 3월 수성 궤도에 진입했다.
당초 목표는 1년간 수성 궤도를 돌며 사진과 자료를 수집해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오래인 약 4년간 수성 궤도를 4104번이나 돌면서 27만7000장 이상의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특히 모든 각도에서 수성을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수성 지도를 완성했고 태양과 가까워 뜨겁다고만 알려진 수성에도 영구 그늘 지역에 대량의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탄소 같은 유기물이 있다는 사실도 메신저호가 처음으로 알아내는 등 많은 과학적 성과를 거뒀다. 메신저호는 수성의 의문을 풀어준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목표 활동 기간을 한참 넘긴 메신저호는 모든 연료를 소진하고 지난 4월 30일 수성 중력에 끌려 들어갔고, 수성 표면에 충돌하면서 임무를 마무리했다. 당시 충돌로 수성 표면에 약 16m 크기의 크레이터(충돌 흔적)가 생겼는데, 메신저호를 기념해 ‘메신저 크레이터’라고 이름 지었다.
현재는 유럽과 일본이 공동으로 수성 탐사계획을 추진 중이며, 내년에 탐사선 ‘베피콜롬보’를 발사해 2024년 수성 궤도에 진입시킬 계획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