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혁신도시 진주에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새롭게 뿌리 내린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1987년 설립한 이래 29년 만에 서울에서 진주로 터전을 옮긴 만큼 각오도 새롭고 마음도 설렌다.
진주는 예로부터 ‘북평양 남진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 달고 멋과 풍류가 깃든 문화의 중심지다. 개천예술제, 진주논개제, 이상근음악제 등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행사뿐 아니라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한 국내 최대 시상식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된 ‘진주남강 유등축제’를 개최해 문화예술도시로서 면모를 뚜렷이 보여준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가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문학소녀의 꿈을 키웠다. 1964년 우리나라 최초 저작권신탁관리단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한 손목인 작곡가도 이곳 출신이다. 진주는 알아갈수록 여러 모로 문화예술 그리고 저작권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상도 유림의 중추를 담당한 진주향교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진주에는 6개 대학을 비롯한 많은 교육기관이 위치했다. 학생 인구가 전체 30%에 달하는 등 교육 중심지로서 위상을 갖추고 있다. 저작권 교육 확대 요구가 많은 시점에서 진주가 대표적인 교육도시라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인터넷 확산과 스마트 기기 보급으로 저작물 이용 환경이 발달하면서 저작권 위반으로 인한 고소·고발 사태, 크고 작은 분쟁을 자주 접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적극적인 저작권 교육을 통한 사전예방활동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교육을 받은 인원은 전체 국민의 0.1% 수준이고, 정책적으로 집중한 청소년 교육도 전체의 6.2%에 불과한 실정이다. 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의 저작권 인식(지식)지수는 79.2점, 저작권 의식(윤리)지수는 73.7점에 머물러 급변하는 환경에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민 모두가 저작권 교육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환경 발전으로 저작물은 아날로그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제가 용이해 침해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이 때문에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2015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불법복제에 따른 생산 감소는 3조6532억원으로 평가됐다. 세부 산업별로는 영화가 8633억원으로 가장 많고 음악(5289억원), 출판(3649억원)이 뒤를 이었다. 고용 손실은 3만9000명으로 분석했다. 불법복제가 없다면 콘텐츠 산업에서 2만8000명, 기타 산업에서 1만명 이상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법복제로 발생한 직간접 부가가치 감소액은 콘텐츠 산업 1조2000억원, 기타 산업 6000억원이다. 국민경제 전체에서는 약 1조8000억원 부가가치 증대 기회가 유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은 창조경제시대 핵심 지식이자 기본 소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작권 교육을 소홀히 한다면 한류가 세계로 뻗어가고 다양한 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들며 교류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신(新)문맹국으로 도태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원회가 이전한 진주는 지정학적으로 남부지역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중심에 위치해 두 권역의 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고 저작권 교육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지역의 우수한 교육 환경과 저작권 전문기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하고 기반 시설을 갖춰 저작권·문화예술, 교육의 중심지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관심을 바란다.
오승종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osj@copyrigh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