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FTA `TPP` 협상 난항…한국 정부 고민도 커져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 체제 출범을 주시하던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은 결국 우려 쪽으로 기울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각료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메가 FTA’ 회의론이 고개를 들 전망이다. TPP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던 우리 정부는 물러서지도 나아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을 이어가게 됐다.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한 TPP 각료회의가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에서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현지시각) 나흘간 열렸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TPP는 타결 시 회원국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세계 전체 GDP 40%에 육박하는 최대 규모 FTA로 주목받았다.

12개국 통상장관은 최종 합의 또는 최소한 ‘원칙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목표 아래 회의 마지막 날까지 절충을 시도했다. 상당 부분 합의에 근접했지만 낙농품·자동차·신약 등 핵심 쟁점을 풀어내지 못했다.

회원국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TPP 출범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공동 성명을 내놓는데 그쳤다. 차기 각료회의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TPP는 올해 상반기 사실상 타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금씩 지연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핵심 국가인 미국과 일본 간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점쳐졌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미국은 자국 의회 관련 법안처리 문제로도 홍역을 치렀다.

이어 회원국 통상 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는데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통상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모멘텀(계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문제는 회원국 정부 사정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TPP 관련 법안 처리에서 정부·의회 간 갈등을 표출한 미국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TPP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임기 내 역점 추진 사안이다. 3분기 중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대선 정국 속에 의회 반대에 밀려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TPP는 미국 내에서 오히려 여당인 민주당 지지를 못 받고 있다.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TPP 재검토를 천명하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메가 FTA 회의론이 고개를 들 수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TPP 같은 다자간 FTA는 기대효과가 큰 반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참여국 간 이익균형을 꾀하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 미국과 일본 등 핵심국 정부를 압박해 오히려 협상을 서두르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고민이 커졌다. 한국은 TPP 당사국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관심 표명 이후 협상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참여 시점을 놓친 탓에 협상이 타결된 후에야 공식 합류가 가능하다. 한국으로서는 TPP 타결이 지연되면 검토할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아예 TPP가 무산되더라도 사실상 손해 볼 게 없다.

하지만 TPP 협상이 지속되는 한 우리 정부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TPP에 참여할지, 참여한다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합류할지 결정하는 숙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TPP 참여국도 아니면서 TPP를 통상 전략 핵심 변수로 안고 가는 상황이 오래되는 것은 정부에 부담 요인이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상 참여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표] TPP 주요 일지

세계 최대 FTA `TPP` 협상 난항…한국 정부 고민도 커져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