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문명과 아라비아 문명을 한 묶음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실크로드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은 지중해를 끼고 상업활동을 벌였다는 점에서 같은 카테고리로 묶어도 무방할 것이다. 터키 반도(Anatolia)에는 처음에 인도-유럽피안 사람들이 정착하여 힛타이트 제국(Hittites Empire: 기원전 18-13세기) 제국을 세운 이래 여러 왕국이 그 지역을 지배하였다. 그 후 기원전 6세기에 페르시아 계통의 아케메네스 왕국에 점령을 당하고 기원전 4세기에는 다시 알렉산더 왕에 의해 정복되고 여러개의 작은 국가들로 나뉘었다가 로마제국으로 편입된 후 비잔틴 제국(Byzantine Empire)이 분리되면서 중세기 후반까지 그 지배하에 있게된다.
11세기에 돌궐(Turk)계통의 이슬람 셀죽 왕조(Seljuk Dynasty)가 비잔틴 제국의 동쪽인 현재의 터키 반도 동쪽으로 침입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기독교이며 그리스 언어를 쓰던 아나톨리아 사람들이 지배하던 지역에 이슬람교도이며 돌궐어를 쓰는 사람들이 서서히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셀죽 왕조는 징기스칸의 후예들에게 패하여 세력을 잃어가다가 13세기에 다시 돌궐 계통의 오토만 제국(Ottoman Enpire)으로 승계된 이후 20세기 초반까지 같은 왕조가 지속되다가 1922년 이후 공화국이 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아랍문명권은 현재의 아라비아 반도, 이라크 및 시리아 지역, 북아프리가 지역 그리고 동북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실크로드와 관련하여 물자를 유럽으로 중계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실크로드의 서쪽 거점으로서 대상무역에서 가격과 물건의 종류를 결정짓는 역할을 많이하였다.
즉, 이들이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대상들은 자신들이 유럽이나 기타 지역에 특별한 연고를 가지고 있지않은 한 그들이 부르는 가격에 물건을 처분할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그들한테 수요가 낮은 물건을 가져오면 처분을 하기 어려운 형편에 놓이게 되었다. 아랍의 부자상인들은 대상들에게 이득이 높은 물건을 사오도록 주문(투자)하여 나중에 그런 물건을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되팔아 큰 이득을 취하기도 하는 등 긴 세월동안 뛰어난 상업성을 발휘하면서 살아왔다.
이들 지역도 종교와 문화가 7세기 이후 이슬람으로 바뀐 이래 중동지역, 북아프리카 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 등이 모두 이슬람 문명권으로 통합이 되면서 상업활동은 오히려 더욱 활발하게 진행 되었다. 특히 중세기 이후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실크로드의 대상무역은 한편에서는 이슬람 문명권의 상인들이 주도권을 쥐고 이슬람 문명권의 수요에 따라 중국이 이를 공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물론 중국 상인들도 자신들이 필요한 물자를 이슬람권에서 공급을 받았지만 중국 상인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팔거나 외국의 물자를 구매하기 위해 실크로드를 타고 국경 밖으로 여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중세기 이후의 실크로드 교역은 이슬람의 이슬람에 의한 이슬람을 위한 교역으로 정의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지중해안을 끼고 있는 터키-아랍의 지중해 문명권의 실크로드와 관련한 정체성은 실크로드 교역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품목 선정과 최종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결정자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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