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설 법인수가 4만6000개에 이르렀다. 연말 9만개를 달성하면 15년래 최고치에 이른다. 중국은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도 하루 1만1000개 창업이 이루어져 상반기에만 200만개가 넘었다. 세계적으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창업 촉진은 많은 기업을 탄생시켰고 국가 경제력을 키우는 원천이었다. 1862년 영국 회사법 제정 이후 각국에서 일반인에 회사 설립 법적 권한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앞 다퉈 기업을 세웠고 정부는 이를 지원했다.
그 결과 오늘날 기업은 일자리 80%, 생산 94%를 제공했다. 미국과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 부흥, 중국의 G2 등극, 인도가 소프트웨어대국으로 발전한 것도 모두 창업과 기업 성장을 촉진한 결과다.
요즘 “한국처럼 창업하기 좋은 나라가 어디 있냐?”는 말을 듣는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다. 중소기업청이 창업투자대책을 내놓고 미래창조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가 초기 창업을 지원하고 나섰다. 창업투자도 활발하다. 지난해보다 벤처 투자를 받은 초기기업은 48% 늘었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전년 동기대비 38% 이상 증가한 1조원이었다. 올해 말이면 사상 최고기록인 2조1000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 투자펀드 조성, 크라우드펀딩 관련법 통과, 코스닥 분리, 투자규제 완화도 창업과 투자 선순환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창업이 늘고 있다. 요즘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니거나 창업관련 행사나 교육에 참가하는 젊은이가 눈에 띠게 늘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30대 미만 젊은이 창업이 28.7%나 증가했다. 젊은이에게 유리한 ICT 서비스나 모바일 광고, 유통 분야 창업 투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들어선 ‘팁스(TIPS)타운’을 비롯해 디 캠프, 마루180 등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청년창업클러스터가 즐비하다. 스타트업 메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가 수년간 청년창업을 촉진한 정책효과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창업이 ‘다산다사(多産多死)’ 전형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사회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무분별한 창업을 지양해야 한다. 창업 붐을 타고 생계형 창업, 내가 잘되면 상대가 망하는 제로섬 창업, 분위기에 편승하는 나도(me too) 창업, 남들 잘되는 것 보고 따라하는 묻지마 창업 등을 피해야 한다. 이런 부류 창업은 1년 이내에 30% 이상이 문을 닫는 등 후유증을 유발한다.
국가 간에도 미래 기업을 키우기 위한 창업경쟁이 치열하다. 어차피 창업이 대세라면 좋은 창업을 해야 한다. 사회가 우수한 새싹기업을 발굴해 키워내지 못하면 고용과 가치창출, 기술경쟁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기술과 투자가 연계되어 창업을 하고 이들이 수년 만에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이른바 ‘대단한 창업(mega startup)’이 나와야 한다. 두 명의 대학원생이 1만달러 학교자금으로 창업해 임직원 5만4000여명의 세계적 기업을 이룬 구글이나 사내벤처출신으로 창업 3년 만에 매출이 40배 늘고 지속성장을 거듭하여 2400여명의 대기업이 된 네이버와 같은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이런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강한 정책적 지원, 풍부한 투자펀드, 원스톱 창업공간 확대, 대학·연구소 기술 이전 확대 등 창업에 우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전국 대학에는 3500개 창업과정과 창업동아리 활동을 통해 예비 창업자 길을 모색하는 3만9000명 대학생이 있다.
세계 500대 기업에 한국은 삼성, 현대, 한전 3개뿐이다. 중국은 48개나 되는데 이중 샤오미를 비롯한 20년도 안된 신생 글로벌기업 4개가 500대 기업에 속한다. 글로벌기업이 대를 이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수만 개 창업기업 중에서 1~2%라도 수년 내에 수천명을 고용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메가 스타트업이 나와야 한다. 범용 하이테크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준비된 창업자가 많을수록 메가 스타트업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의준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send8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