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스마트의료 리더를 만나다<7> 이규찬 가천대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의사 진료경험과 제조업체 기술, 의공학자 아이디어 등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의사와 의료기기업체를 중개, 국산 고성능 자기공명영상(MRI) 국산화를 추진하는 가천대길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지원센터 부센터장인 이규찬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말이다.

가천대길병원은 의료기기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구축을 위해 최근 의료기기임상시험지원센터를 건립, 첫 발을 내딛었다. 장기적으로 개발된 의료기기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의료기기 강소기업도 탄생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이 교수는 국산 첨단 의료기기가 전무한 배경으로 의사와 개발업체 간 소통 부재를 꼽는다. 이 교수는 “의료기기 업체가 의사 요구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며 “서로 간에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기임상시험지원센터를 소통 역할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의료기기업체 임상시험 장으로 활용한다. 이 교수는 “과거 국산 업체가 의료기기를 개발했다고 무료로 사용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는 의료기기를 개발하고도 임상시험을 할 곳이 없어 상용화하지 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기도 어렵다.

정부가 MRI 등 국산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지만 실질적 성과가 없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병원과 의료기기업체가 연계된 임상시험을 하지 못해 대부분 결과가 논문으로만 나올 뿐 제품이나 원천기술을 만들지 못했다.

병원과 의료기기업체 간 협업을 위해 무엇보다 의사가 좀 더 몸을 낮춰야 한다고 이 교수는 충고한다. 이 교수는 “의사가 적극적으로 진료 경험을 의료기기업체에 전달해 국산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사 진료 부담 경감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가천대길병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한 뒤 의료기기 분야를 핵심 영역으로 선정, 의사를 적극 참여시켰다. 의료기기임상시험지원센터를 통해 영상의료기기는 기본적인 성능은 물론, 방사선 피폭 등 위해성과 안전성 등을 의사가 소비자 입장에서 개발업체에 제시한다.

고성능 국산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업체 인내력도 요구했다. 이 교수는 “고성능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며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려 장인정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래야 국내 의료기기 업체 중 강소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임상시험지원센터는 향후 의공학자를 적극 영입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인재도 채용한다. 이들이 다양한 연구를 부담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인재가 모여 시너지를 내면서 장난하듯 창의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 의료기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