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면 사무실 전등이 하나 둘 꺼진다. 냉방기는 가동을 멈추고, 컴퓨터 모니터도 알아서 꺼진다. 제조현장에선 무더위가 절정인 낮 시간을 피해 야간이나 주말에 조업을 한다. 익숙한 우리나라 에너지 절약 모습이다.
여유로운 전력 공급에 정부가 내놓은 별도 에너지 사용제한 지침 없이도 이젠 웬만한 절전 행동은 습관처럼 이뤄지고 있다. 2011년 순환정전 이후 2년 넘게 전력부족에 시달리는 암흑기를 지냈지만, 그 덕에 지금 우리는 에너지 절약이 문화로 정착되는 진입 단계까지 왔다.
에너지 절약문화는 ICT를 만나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에너지신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관련 정책과 기술 발달은 향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 절약이 습관처럼 이어져왔다면 지금부터는 기술과 시스템까지 더해져 에너지 절약 문화를 완성한다.
이미 많은 곳에 ICT가 접목돼 있다. 냉·난방기 온도는 특정 온도 이상·이하로 설정되지 않고,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각종 전기기기가 꺼진다.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해 발전소가 계통을 통해 보내주는 전력과 수급량을 맞추고 전력이 남으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알아서 저장한다. ICT와 융합할수록 에너지는 똑똑해진다.
똑똑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장도 이미 마련됐다. 아낀 전기를 사고파는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계속 성장하며 신 에너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남들 다 쓰는데 누가 전기를 아끼겠냐”던 우려는 ‘아낀 전기=수익’이라는 가치 앞에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참으며 아껴야 했던 에너지 절약 시대는 지났다. ICT와 전력이 만나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줄고, 우리가 놓친 숨은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있다. ICT업계가 에너지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그 변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