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문화콘텐츠 협력 확대 상징인 ‘한중문화산업공동발전펀드(이하 문화산업펀드)’ 조성이 ‘9부 능선’에서 고투하고 있다. 양국 정부가 펀드에 투입할 재원은 마련했지만 중국이 세부 운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한국과 중국은 문화산업펀드 조성을 위한 2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연다. 문화부가 1차관 명의로 2차 회의를 열자는 내용 공문을 최근 보냈다. 중국은 아직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는 정부 출연금 400억원을 이미 올해 예산에 포함시켰다. 문화산업펀드를 모태펀드의 자펀드 형태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출연금 400억원 사용처와 문화산업펀드 운용 형태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2차 회의가 열리면 양국 입장차를 좁히기 위한 세부계획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산업펀드는 폐쇄적 중국 문화콘텐츠 시장에 우리 기업 진출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산업펀드 투자를 바탕으로 제작한 콘텐츠는 중국에서 ‘내국 저작물’로 인정받아 현지 진출 제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외 콘텐츠를 제한적으로 수입해 자국 문화산업을 보호한다.
반대로 이 때문에 중국이 문화산업펀드 조성을 미룬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문화산업펀드 조성이 ‘문화 개방’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중국 문화부, 광전총국, 국가판권국 등 관련 부처 간 입장이 다른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이 비슷한 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도 문화산업펀드 조성 지연 원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모태펀드를 운용해 10년 넘게 관련 노하우를 쌓았다. 중국은 모태펀드가 없는 탓에 펀드를 조성해 민간에 운용을 맡기는 사업이 익숙하지 않다.
문화부 관계자는 “중국은 이런 사업이 처음이다 보니 우리보다 추진 단계가 복잡하다”며 “우리는 민간에 펀드 운용을 맡기는데 거부감이 없지만 중국은 정부 역할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해차를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연내 문화산업펀드 조성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양국 정부가 재원 마련까지 마무리 한 만큼 세부 사항 협의만 원만하게 이뤄지면 조만간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펀드 조성 세부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국 상황이 다르고 펀드 조성은 중국 거대기업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등 의미가 큰 만큼 시간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펀드 조성이 양국에 ‘윈윈’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 한중문화산업공동발전펀드 개요 (자료:문화체육관광부 등)>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