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확정된 지난달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제128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모인 89명 위원에게 투표 전 태블릿PC가 한 대씩 지급됐다. 사상 처음으로 전자투표를 통해 개최지를 결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IOC 총회 전자투표라는 역사적 현장인 만큼 세계의 관심도 지대했다. 이날 지급된 태블릿PC는 무선통신기기 공식 후원사 ‘올림픽파트너(TOP)’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이날 총회에서 개최지는 중국 베이징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전자투표가 아닌 종이투표가 시행됐다. 전자투표는 현지의 예상치 못한 투표처리시스템 장애로 좌초됐다. 태블릿PC 문제는 아니었지만 삼성으로서는 119년 올림픽 역사상 첫 전자투표 현장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2년 뒤로 미뤄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삼성 갤럭시 태블릿PC는 2024년 하계 대회 개최지를 뽑는 페루 리마 총회를 기약키로 했다.
아쉬운 대목이 하나 더 있다. 1년 넘게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현장 부재다. 이 회장 공백으로 한국은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만이 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대한민국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는 1996년 올림픽 후원을 시작하며 ‘IT코리아’ 명성을 세계에 알렸다. 비인기 종목 육성과 스포츠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에도 삼성이 있었다.
올림픽 후원은 소중한 국가 자산이다. 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평창올림픽 유치를 통한 국격 향상도 기업인의 헌신적 노력이 밑바탕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장기간 부재가 삼성 스포츠 외교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당장 2020년까지인 삼성의 올림픽 후원 연장 논의, IOC 위원직 행사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삼성은 스포츠 페어플레이, 승부정신을 기업성장의 자산으로 삼아온 기업이다. 낡은 야구단 버스가 안타까워 아버지에게 교체를 건의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교시절 일화는 삼성가의 스포츠 사랑을 보여준다. 국제 스포츠 외교전을 누비던 이 회장의 정신과 뜻이 계속되길 바란다.
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