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세법개정이 “경제활력 강화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수출이 계속 부진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소비가 줄어든 만큼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작 기재부가 밝힌 세법개정 기대 성과는 1조892억원 세수효과다.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 세부담을 줄이는 대신 고소득자와 대기업 세부담을 늘린다. 하지만 고소득자와 대기업 세부담이 늘면 경기 부양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결국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두면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모순된 논리를 내세웠다.
정부가 밝힌 세법개정 기본방향은 △경제활력 강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조세제도 합리화 네 가지다. 경제활력 강화와 민생안정은 세부담 축소, 공평과세와 조세제도 합리화는 세부담 확대를 위한 대안을 담았다.
세부 계획 가운데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꼽은 10개 중 6개는 세부담 확대 부분인 공평과세, 조세제도 합리화에 담겼다.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 철스크랩 매입자 납부특례 적용, 대기업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신설, 시설 투자세액공제 합리화, 종교소득 과세체계 정비 등 여섯 가지가 세부담 확대 정책이다.
정부가 경제활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세부담 확대 정책을 상당수 포함한 것은 야당의 세입추경 지적과 불안한 재정여건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법개정안 자료에서 “최근 3년간 국세수입 실적이 예산을 밑도는 등 세수기반은 약화되는 반면에 복지 관련 지출 수요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지만 정부는 반대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밝혔듯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정여건이 열악하니 세수 확대가 필요하고 동시에 투자·소비를 확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금기시된 증세’ ‘열악한 재정여건’ ‘시급한 경제활성화’가 복합돼 앞뒤가 어긋나는 정책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세법개정안 세부 정책 일부도 허점이 지적됐다. 대표 사례가 ‘해외직구 활성화 지원’이다. 정부는 해외직구 이용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환물품 관세 환급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외직구 활성화는 국내물품 소비 확대가 아닌 수입을 늘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해외직구 활성화는 고육지책”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한 물품을 소비하면 좋겠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만큼 일부는 수입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청년고용증대세제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과 마찰이 있을 수 있다.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정규직 목표치(2년 동안 7만5000개)를 넘어서면 청년고용증대세제로 공제하는 세액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