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은 소비재· 전자, 자동차, 의료, 산업기계,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월러스(Wohlers Associate)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도 오는 2018년 251억달러 수준으로 2014년 대비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봤다. 2차 서비스 시장이 1차 제조 시장을 능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팅 기술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4년 국가 차원에서 3D 프린팅 전략기술 로드맵을 수립했다.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기반조성과 인력양성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 도입에 따른 경제 효과는 막연하게 좋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지 객관적인 분석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략기술 로드맵 10대 핵심 활용 분야 중 3개가 의료 분야였다. 이의 경제적 효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는 3D 프린팅 기술 도입이 활발한 치과 영역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3D 프린팅 기술로 대체가 용이한 부분 틀니와 완전 틀니 작업에서 스캔, 본뜬 납·석고 의치 제작, 예비 의치 제작 과문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과 추론 결과 치과 의료비의 48.1%를 차지하는 보철과 치아교정 부문에서 도입 후 5년 내 최소 5000억원에서 최고 1조원까지 수익이 예상됐다.
이를 치과 영역 전체는 물론이고 다른 진료 영역까지 확대 적용한다면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3D 프린팅 기술이 의료 분야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스트라타시스(Stratasys)는 치과 영역에 특화된 3D 프린터와 관련 SW, 소재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3세이프(3Shape)는 치과용 제품 주문관리, 3D 스캐닝, 디자인, 아카이빙 등 치과용 3D 프린팅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선도기업이 특화된 분야 3D 프린팅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부족하지만 R&D는 시작했다.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주관으로 종합병원과 분야별 전문기업 등 산학연 12개 참여기관들이 협력해 ‘ICT 기반 의료용 3D 프린팅 응용 SW 및 서비스 플랫폼 개발’이라는 미래부 R&D 과제를 2014년부터 수행하고 있다.
치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의료 분야 4개 영역에 특화된 3D 프린팅 응용 SW 기술을 개발하고, 의료기관 참여를 통한 검증을 거쳐 솔루션을 확보하자는 게 목표다. 해외시장 진출도 노림수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의료 분야 강점을 살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팅 관련 기술개발과 함께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확산이다. 단순히 현재의 의료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체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의료 서비스 시장 요구사항에 부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신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이 기반조성, 인력양성과 서로 연계됐을 때 그 시너지는 배가된다.
지금부터 정부는 국가 전략기술 로드맵에서 제시된 10대 핵심 활용분야 중 우선적으로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3D 프린팅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이를 적용하기 위한 기반조성을 추가로 강화해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 초기시장 형성과 확산 지원, 관련 법제도 개선, 선행적인 규제 완화 등도 앞장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조화를 이뤄 진행되면 3D 프린팅 기술 도입에 따른 경제 효과는 의료 분야에서만 최소 몇 조원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창희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cha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