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통신칩 제조사 마벨테크놀로지그룹의 무선 사업 인수에 나선다. 인수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스프레드트럼, 하이실리콘 등 중국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이 AP를 생산하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 인수 제안 등 대형 반도체 시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 투자에 나서는 중국 행보가 거세다.
블룸버그는 마벨테크놀로지그룹이 무선 사업을 중국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보기업으로 물망에 오른 곳은 중국 리드코어테크놀로지와 상하이푸둥과학·기술투자사(PDSTI)다. 마벨의 모바일 칩 사업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되 지분 대부분을 중국이 갖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마벨과 리드코어 측은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마벨은 알테라, 맥심 등과 함께 차기 유력 인수대상 기업으로 꼽힌 기업이다. 통신·임베디드프로세서·마이크로컨트롤러·보안·스토리지 등 다양한 제품군과 기술을 보유한 팹리스다. 스마트폰용 모뎀칩과 AP 시장에서 퀄컴·삼성전자·미디어텍·인텔·스프레드트럼·하이실리콘 등과 경쟁한다.
미디어텍에 이어 스프레드트럼, 하이실리콘 등 중국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마벨이 무선 사업 매각을 고려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마벨은 중저가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 미디어텍과 맞경쟁해 왔다. 하지만 미디어텍이 빠르게 기술력을 쌓으며 하이엔드 시장까지 장악력을 높여 영향력을 키우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하이엔드용 AP 위주로 공급하던 삼성전자가 중급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탑재 비율을 높이면서 퀄컴과 입지 다툼을 하는 것도 마벨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 스프레드트럼, 하이실리콘, 올위너 등 중국 팹리스가 중국 내 점유율을 빠르게 장악한 것은 마벨을 위축시킨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스프레드트럼과 인텔, 올위너와 퀄컴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등 세계적 선두 기업의 공세도 거세다.
마벨이 중국 기업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중국 내 모바일 칩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인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마벨이 보유한 다양한 분야 기술과 특허를 확보할 수 있어 이득이다.
리드코어테크놀로지는 샤오미와 모바일 AP를 공동 개발해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회사다. 마벨이 가세한다면 중국 모바일 AP 경쟁력은 한층 높아진다. 샤오미에 칩을 공급하는 퀄컴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리드코어는 다탕텔레콤테크놀로지 자회사다. 다탕텔레콤은 현지 반도체 기업 4위 규모인 다탕세미컨덕터디자인(2013년 매출 3억9500만달러) 등 총 3개 반도체 자회사를 보유했다.
신흥시장 PC 수요가 줄고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마벨 실적이 줄어든 것도 이번 인수 가능성에 불을 붙인 요인이다. 마벨은 지난 1분기(2016년 회계연도)에 전 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24%로 감소한 7억2400만달러(약 8433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