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학뉴스]우주인 보내기 위해 러시아에 의존하는 미국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러시아 연방우주청(Roscosmos)과 우주 비행사 운송 계약을 연장했다. 계약 규모는 무려 4억9000만달러(한화 약 5720억원)다. 세계 최고 우주 기술을 보유한 NASA지만 예산 부족으로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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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2011년 30년간 운영해왔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예산절감이 이유였다. 하지만 우주정거장(ISS)은 계속 운영하는 만큼 우주정거장에 비행사를 보내기 위해서는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의존해야 한다.

미국은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러시아는 로켓의 자리를 일부 내주는 대신 우주개발비를 벌 수 있어 상호 도움이 됐다. 다만 이런 상황은 NASA 연구자들로서는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우주왕복선을 운영하고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할 기술이 충분하지만, 단지 예산 때문에 경쟁국인 러시아에 기대야 했기 때문이다.

NASA 과학자들의 안타까움은 찰스 볼든 NASA 국장이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볼든 국장은 서한에서 “2010년 의회에 2015년까지 적절한 예산이 확보되면 미국 산업계와 우주왕복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불행히도 의회는 5년 동안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왕복 프로그램을 갖출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볼든 국장은 앞으로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민간 업체들이 2017년 말까지도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낼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미국은 ISS에 비행사를 보내기 위해 계속 러시아에 의존해야 한다.

최고 기술을 가진 미국이 러시아에 의존해야 한다는 정서적인 불만 외에도 러시아와의 협력은 여러모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모든 우주분야 협력을 중단했다.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ISS 관련 업무만 남겨뒀다. 계획대로 보잉이나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업체가 기술을 확보했다면 불편한 상황을 종식할 수 있었지만, 또 다시 수년간 정부 기조와도 어긋나는 협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 러시아가 가격까지 올렸다. 이전에는 소유즈 로켓 한 자리 당 7100만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갱신한 계약에선 8200만달러 수준으로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15% 가까운 인상폭이다. 즉 4억9000만달러 계약은 우주인 6명을 보낼 수 있는 계약인 셈이다. 가격이 불만스럽지만, 미국으로서는 대안이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볼든 국장은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볼든은 “2016년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보잉과 스페이스X가 2017년 말까지 우주비행사를 우주에 보낼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며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미국)가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 다른 나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NASA의 민간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12억4000만달러를 내년 예산으로 요구했는데, 공화당은 NASA 예산을 2억5000만∼3억달러 삭감하는 안을 내놓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