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로 ‘중간금융지주회사’ 필요성 재부상

롯데그룹 총수일가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필요성이 재부상했다. 지난 3년 동안 국회에 계류됐던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공정위는 새누리당과 당정협의에서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해소 방안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제시했다. 새누리당도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투명한 소유구조를 위해서는 지주회사 형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새누리당의 별다른 반대는 없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스스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도록 유도하려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금융 부문 규모가 크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 도입하는 식이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 불공정 행위 감시도 더 수월해진다는 분석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12년부터 국회 계류 중이다. 지금까지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야당은 일부 대기업 경영권 승계 등에 악용될 수 있는 “특정 재벌기업 봐주기”라며 줄곧 반대 주장을 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는 롯데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이 당면과제로 떠올랐지만 당정이 기존 순환출자 금지는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존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 “법 개정 검토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대기업집단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공정위는 당정협의 시 새누리당에 제출한 자료에서 “대기업집단이 단순·투명한 소유구조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정무위 법안소위 계류 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 통과가 긴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야당과 공감대 형성이다. 새누리당과 공정위는 야당에 공정거래법 개정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절충안을 찾는 작업도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