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소속 피해가족, 조정위원회 권고안에 반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소속 피해가족 2명이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한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당초 삼성전자-조정위원회-피해가족 간 3자 보상 협의를 추진했으나 공익법인 설립을 두고 의견 대립이 생기는 등 조정 협상에 난항이 생기자 빠른 협의를 위해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황상기씨(고 황유미씨 부친)는 지난 8일 반올림 게시판에 “황상기, 김시녀는 7월 23일 조정위원회에서 제시한 보상권고안을 거부한다”며 “피해자 마음을 담지 못한 조정안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또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상기씨는 반올림 유족 대표이며 김시녀씨는 뇌종양 투병 중인 한혜경씨 모친이다. 백혈병 피해자와 가족 8명이 반올림에서 활동했으나 이후 6명이 가족대책위원회를 따로 꾸려 별도로 삼성전자와 협상해왔다. 황상기·김시녀씨만 반올림에 남아 함께 활동했으나 이번에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8명 모두 반올림과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반올림은 조정위원회 권고안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특히 공익법인 설립에 찬성했다. 삼성전자가 공익법인 설립에 반대하고 자체 사내기금을 꾸려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이를 반대했다.

황상기·김시녀씨의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해 보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조정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뒤 3자 간 의견이 각기 달라 최종 조정안을 마련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 것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에 대해 삼성전자는 연내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정위가 제시한 1000억원 기금 조성 등에는 찬성했지만 공익법인 설립, 보상 범위 설정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가족대책위 측이 공익법인 설립보다 빠른 보상에 초점을 둔 반면에 반올림 측은 공익법인 설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등 의견이 달라 최종 조정안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