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마트브랜치 확충 계획은 없습니다. 다른 은행도 비슷합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브랜치 점포도 거의 손을 놓은 실정입니다.” 한 은행 고위 임원의 말이다.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간편 결제 등 새로운 금융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 은행 점포 혁신의 첫 발로 등장한 스마트브랜치는 유명무실해졌다.
금융사 수익구조가 비대면 채널로 급격히 전이되고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방대해진 오프라인 점포 혁신 없이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미 시중은행은 수천개가 넘는 점포 운영에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은행은 이 같은 오프라인 점포 혁신을 위해 스마트브랜치 지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무인점포를 표방한 스마트브랜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뒤섞어놓은 어중간한 ‘무인점포’로 운영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스마트브랜치 투자 계획도 전무하다. 오히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또다른 플랫폼 경쟁에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핀테크 출발은 금융권의 점포 혁신에서 출발해야 한다.
세계 스마트브랜치 1호로 꼽히는 도이치뱅크 Q110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포 내에 문화공간을 만들고 숍인숍 형태로 다양한 물건을 판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영화제가 이 점포를 활용해 열린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의 자산관리를 생애주기별로 알아볼 수 있는 재미있는 화상 단말기도 있다. Q110 점포는 독일 중심가에 있는 오프라인 점포 대비 1.5배 이상 수익률을 실현했다. 한국도 제대로 된 핀테크 사업을 위해 스마트브랜치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고, 방만한 오프라인 점포 혁신 방안을 짜야 한다.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스마트브랜치와 접목한 풀(Pool)을 다시 짜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유행 타는 ‘핀테크’는 헛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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