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최저가 입찰로 인터넷 전용 PC를 도입하면서 성능과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망분리 사업을 위해 꼼꼼하게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진행하는 민간 기업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발주규격 외 부품을 값싼 중국산으로 대체하면서 제품 수명 주기를 줄인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분리 발주와 사전 테스트가 시급한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망분리 사업으로 도입하는 인터넷PC가 값싼 부품으로 채워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최근 H공사는 인터넷 전용 PC 수천대를 구입했다. 망분리 프로젝트를 위해 미니 데스크톱PC에 KVM 스위치를 사용했지만 PC 성능이 낮아 사용자 불편을 겪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처음 도입했을 때는 문제없이 운용했지만 점점 속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며 “내부에서도 제품 성능과 품질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K공단도 망분리 사업을 위해 최저가 인터넷 PC를 발주했다. PC 공급업체는 국내 부품 가격으로 요구 사항을 맞추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규격이 명시된 부품을 제외하고 저렴한 중국산 제품으로 PC를 조립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맞추기도 한다”며 “결국 PC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망분리를 위한 인터넷 전용 PC 도입은 중앙처리장치(CPU)·저장장치(HDD나 SSD)·램·운용체계(OS)·KVM 스위치만 규격을 명시한다. 규격 부품은 대부분 고스펙이다. PC 가격 자체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최저가로 사업 입찰하기 위해 주기판·그래픽처리장치 등 다른 부품에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한 PC공급업체 대표는 “사업을 수주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가 PC 가격을 낮추고 PC 공급업체가 억지로라도 가격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규격 외 부품은 어떤 제품을 써도 되기 때문에 저가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재생 CPU로 규격을 맞추는 사례도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성능·품질 테스트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가격이 PC 도입 핵심요소기 때문에 실제 현장 적용을 위한 시험단계는 거치지 않는다. BMT 등으로 제대로 된 제품만 고집하는 민간 망분리 현장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인터넷 전용 PC로 망분리 프로젝트를 마친 I보험사·H은행 등은 사전 기술 테스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여러 입찰자 PC 성능을 테스트하면서 가장 기술이 뛰어난 제품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망분리 프로젝트에서 HW와 SW 분리 발주와 기술 테스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대적으로 가격 내리기가 어려운 외산 솔루션이 도입되면 정작 인터넷 PC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 HW 부문을 따로 발주해야 제대로 된 가격과 성능을 맞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에서도 민간처럼 기술 테스트를 거쳐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PC를 도입해야 한다”며 “최저가 입찰만 고집하다 보면 결국 사용하는 공공기관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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