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식 창업’이란 말이 있다. 한 때 휴대폰 업계 강자였던 노키아 출신 IT인재가 벤처기업을 만들어 핀란드 경제를 활성화시켰던 일이다. 최근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관련 업체들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핀란드에서 다시 이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노키아·MS에서 구조조정된 IT인재가 잇따라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등 일명 ‘제2 노키아식 창업’ 붐이 일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청년 스타트업뿐 아니라 50대 창업도 눈길을 끈다.
노키아에서 10여년 간 위치 정보 기술을 연구해온 키모 칼리오라씨는 지난 2012년 말 노키아가 1만여명을 정리해고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그는 최근 위치정보 관련 기술을 활용해 정확한 실내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쿠파(Quuppa)를 세웠다.
평생을 노키아에서 일한 58세 리스토 키비푸로씨도 2년 전 해고된 IT인재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노키아 직장 동료들과 손잡고 모바일 데이터 전송 기술 업체 피스어소프트(Piceasoft)를 만들었다. 피스어소프트도 노키아에서 구축한 기술을 활용한 업체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 기업은 노키아로부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거의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수만달러 투자도 유치했다.
키비푸로 씨는 “내 나이가 58살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고용하려 하지 않았다”며 “내 사업을 운영하는 게 이토록 재밌는 걸 알았다면 훨씬 전 노키아를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에서 모바일 폰 운용체계(OS)를 개발했던 안티 사르니오 스마트폰 케이스 업체 졸라(Jolla) 의장은 “노키아는 기업가 학교가 아니다”라며 “다수 사람들은 기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배워야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노키아는 통신 인프라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지난해 모바일 휴대폰 비즈니스를 MS에 매각했다. 이후 3개월 만에 MS는 1만8000여명 인력을 구조조정하겠다고 알렸다. 대부분이 핀란드 지역에 근무하는 IT종사자였다. 현재까지도 이 구조조정은 진행 중이다. MS측은 자사 핀란드 인력 3분의 2가량을 정리해고해 인력을 2300여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