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화 사업은 프로젝트가 완료됐을 때 망하고, 공공정보화 사업은 프로젝트가 착수됐을 때 망하고, 교육정보화 사업은 계약서 작성할 때 망합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정보화 시장을 놓고 한 업체 영업본부장이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다. 그러나 전혀 우습지 않다.
최근 이보다 더 악화돼 금융정보화는 프로젝트 착수 시, 공공정보화는 계약서 작성 시, 교육정보화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될 때라는 말이 나온다. 사업을 수주하고도 곤란을 겪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 금액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배경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턱없이 작은 예산이다. 한때 수익을 보장하던 금융정보화 사업도 저가 발주된다. 공공과 교육정보화 사업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는 사업 방식의 후진성이다. 발주기관은 잦은 과업변경과 기부채납을 요구한다. 물론 대가는 없다. 셋째는 프로젝트 관리 미흡이다. 공공과 교육 정보화 실패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최근 한 대형은행 프로젝트도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사업이 실패하면 책임은 모두 수행업체에 떠넘겨진다.
정보화 시장이 끝을 모르고 추락한다. 발주기관도, 사업 수행자도 곤란에 처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대기업은 다른 살길을 찾아 나섰다. 정보화가 아닌 사업 모델을 발굴해 시장을 떠난다. 전자정부 세계 1위 국가라는 표현도 머지않아 옛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세계적 금융정보시스템은 국내에만 존재할 뿐, 수출은 꿈도 못 꾼다.
정보화 시장은 혁신만이 살길이다. 하나의 시스템을 구현하더라도 제대로 된 예산과 혼신을 다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에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 사고는 버려야 한다. 생색내기 정보화 사업 추진도 안 된다.
제대로 된 평가를 진행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갑과 을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 정당한 요구와 그에 걸맞은 대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