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디폴트 위기까지 몰리며 유럽 전체를 패닉상태에 빠뜨렸던 그리스가 첫 번째 신호탄이었다. 몇 주간 혼돈을 거듭하다 구제금융으로 겨우 극단상황을 면하긴 했지만 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 다음은 중국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지난 6월 12일 5166포인트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7월 8일에는 3507포인트로 한 달 남짓한 사이에 30% 이상 폭락하더니 8월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는 우리나라에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중국은 주요 수출입 상대국으로서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벌써 수출실적이 감소하고 소비와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등 우리를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 미국 경제는 소비지출 증가에 힘입어 2.3% 성장을 기록했다. 예상치를 조금 밑돈 결과라고 하지만 탄탄한 성장성을 확인시켜준 성적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자리가 늘고 실업률이 감소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5년 전만 해도 10%에 육박하던 실업률이 최근 5.3%까지 떨어졌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특히 경제 역동성을 보여주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5년 전 18.7%에서 올해 12.3%로 떨어진 것은 더더욱 의미가 크다.
미국이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다름 아닌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바탕으로 한 혁신의 성공이다. 최근 리서치 회사 밀워드브라운이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 중 상위권 대부분을 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기업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혁신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페이스북은 창업한 지 갓 10년을 넘긴 그야말로 젊은 기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성장속도가 놀랍기만 하다. 과거에는 양질의 자원과 뛰어난 제조기술을 가진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사람의 상상력을 혁신으로 이어주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규모는 작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못지않게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했다. 배달 외식업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배달의 민족’이라는 앱을 만든 기업은 불과 4년 만에 월 평균 주문 매출액 9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부동산중개업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직방’은 이용자 수 800만명에 총 6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렌터카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쏘카’ 등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기업이 성공 스토리를 예약 중이다. 모두 상상력이라는 씨앗을 정보통신 기술과 융합해 혁신적 서비스라는 열매로 탈바꿈시킨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 사람들은 상상력을 혁신으로 연결한 제품과 서비스여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많은 성공사례가 제조업 마인드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국내 기업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혁신하지 못하면 어려워지는 게 세상의 진리 아닌가. 세계적인 경기침체, 고령화 등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발상의 전환과 함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이용한 혁신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기본정신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세계과학정상회의가 열린다 하니 다행이다. 작년에 성공적으로 치렀던 ITU 전권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 우리 상상력이 밑거름이 돼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위한 공감·소통·협력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jonglok.yoon@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