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IBM 메인프레임을 걷어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차세대 시스템 개발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현재 주전산기로 사용 중인 IBM 메인프레임을 개방형 IT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것이 골자다.
총 사업 규모는 2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사회 최종 승인에 따라 이달부터 교체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 중 사업자 선정을 완료한 뒤 내년부터 약 2년 동안 시스템 개발 작업이 진행된다. 현재 시스템인 IBM 메인프레임 사용계약 종료시점은 2018년 6월이다. 때문에 그 이전에 모든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메인프레임 대신 유닉스 서버를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유닉스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 컨설팅 사업을 진행했다.
우리은행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유닉스 서버 업계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유닉스 전환은 국내 대형 은행 정보화 프로젝트다. 유닉스 서버 업계에 더 없는 사업 기회다.
그동안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은 지속적 수요 감소로 고충을 겪었다. 매년 10% 이상 시장 규모가 줄어 지난해 3000억원대에 그쳤다. 유닉스 서버보다 성능이 낮다고 치부된 x86 서버가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은행 공급권을 따내기 위한 유닉스 서버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체별로는 HP, IBM, 오라클, 후지쯔 4사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한국HP 관계자는 “구체적 제안요청서(RFP)를 받지 않아 정확한 사업 규모를 알 수 없지만 도입 규모는 상당할 것”이라며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IBM 대응도 관심이다. IBM은 우리은행에 메인프레임을 공급해왔다. 이번 결정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데, 유닉스 서버로 공백을 만회해야 할 처지다. IBM은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한국HP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에는 오라클에도 밀려나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라클과 후지쯔도 IBM이 주춤한 틈을 노리며 유닉스 서버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