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는 특허청·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과 공동으로 ‘법정에 선 IP’ 코너를 신설, 매주 수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대한민국은 연간 특허출원건수가 50만건이 넘는 세계 최고 수준 지식재산권(IP) 강국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글로벌 특허분쟁에는 맥없이 당하고만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IP노믹스는 최근 법정 현장에서 실제 벌어진 주요 특허소송 전말과 판결문을 입수·분석, IP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가공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그렇습니다. 3개의 직선, ‘삼선(三線)’이 이 업체 트레이드마크입니다.
하지만 이 삼선이 상표로 인정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지난 2007년 6월 독일의 아디다스 악티엔게젤샤프트(아디다스 AG)는 한국 특허청에 ‘삼선 셔츠’에 대한 상표등록을 요청했습니다. 셔츠 옆구리에서 허리까지 세 개의 굵은 선을 넣은 옷이었습니다.
그런데 특허청은 상표등록을 거절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은 특허청 심사관은 “삼선은 보통의 스포츠셔츠들이 널리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를 셔츠에 넣었다 해서 아디다스만의 뚜렷한 식별력이 생겼다 볼 순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아디다스는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지만 이마저 기각되자, 특허법원에 상표등록 거절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시작된 셈인데요. 당시 아디다스 변호인단은 ‘위치상표’라는 법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위치상표란 별도 문양은 아니나, 의류 등 특정 위치에 부착돼 상품의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표장을 말합니다.
아디다스 측은 위치상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타 제품과 차별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에 해당하는 특허법원은 특허청과 특허심판원 손을 들어줍니다. 삼선은 장식 무늬 정도일 뿐, 식별력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지난 20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치상표가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이 지정상품의 특정위치에 부착된다면, 이 역시 상표의 한 가지로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미 유럽·미국 등은 위치상표가 널리 인정되는 추세입니다. 리바이스 청바지 ‘빨간색 직사각형 태그’ 역시 상표권 보호를 받습니다.
다만, 위치상표로 보호받고자 하는 부분과 상품의 형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등 출원 단계부터 상표의 ‘표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문미현 IP노믹스 기자 mhm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