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인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휴대폰을 둘러싼 특허소송을 보면서 우리는 특허가 상대방 제품을 겨누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간 특허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나, 특허의 사업적 가치가 커지면서 특허를 향한 관심과 시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소기업 77.2%가 ‘특허경영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특허출원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제조나 서비스 활동 없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로열티 수익만을 추구하는 특허전문관리회사(NPE)도 등장했다.
지식재산보호협회에 따르면 NPE와 한국기업의 분쟁은 2012년 159건에서 13년 288건으로 무려 81%의 증가율을 보였다. 최근 미국 정부에서 특허전문관리회사의 무분별한 특허소송에 제동을 걸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NPE는 특허를 활용한 수익창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WIPO를 통한 국제규범 제정 움직임에서 부터 특허를 담보로 하는 대출상품 등장까지 특허의 사업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짝퉁 천국이라는 중국에서도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두뇌’로 변화하기 위해 지식재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400만건이 넘는 산업재산권이 출원되고 있으며, 이미 작년에만 전 세계 특허출원 3분의 1에 해당하는 82만여건의 특허가 나왔다. 중국 기술력이 그만큼 올라온 것이기도 하겠지만, 세계 유수 기업이 중국으로 대거 몰려가서 특허로 자신의 영역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란 사실 사업 필수요건은 아니다. 그러나 원가절감 노력으로 극심한 가격경쟁 속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허를 통한 독점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시장 진출 시에도 특허소송 관문을 당연한 절차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기업은 사라져도 특허는 남는다. 강한 특허는 그 자체로 경영전략이자 마케팅 그리고 혁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기술경영을 넘어 특허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허경영이 삼성이나 LG같이 최첨단 기술 분야의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중소기업에서도 특허경영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스팀청소기 한 대에 80건이 넘는 특허로 탄탄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H사, 디지털방송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300건이 넘는 원천특허를 보유해 로열티 수입이 매출의 70%에 이르는 R사는 모두 특허경영으로 성공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특허경영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경주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서 필립스, 오스람과 같은 글로벌 기업 특허공세에 LED조명기구 중소업체들이 공동 대응하고 있는 사례와 함께 중소기업 특허경영 전략을 소개했으며, 특허경영과 관련된 연구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한다.
특허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비즈니스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특허분쟁을 ‘재수가 없어서 당한 일’쯤으로 치부하는 기업은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중소기업이 특허경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중소기업이여, 특허경영을 시작하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sgtkpk@kbiz.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