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산업계에 2차 구조조정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1차 구조조정에서 중국 기업 물량공세를 견뎌낸 우리나라 태양광 기업이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업계 차원 자구 노력과 함께 제도적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폴리실리콘 가격에 따른 태양광산업 2차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태양전지·태양광모듈 등 전 밸류체인 가격하락과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증설경쟁으로 공급과잉이 결국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2013년 1차 구조조정에서 중국기업이 태양전지와 태양광모듈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면서 제품가격 하락을 주도했고, 한국을 비롯한 유럽·미국·일본 기업이 가격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인수합병 또는 폐업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도 대부분 정리되고 OCI, 한화, LG, 신성솔라에너지 등과 일부 모듈 기업만 살아남았다.
2차 구조조정도 중국에서 촉발될 전망이다. 이미 중국기업이 태양전지와 태양광모듈 공급 물량 우위를 확고히 지키면서 2차 구조조정은 중국 내 중소기업간 통폐합 형식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 태양광 제조분야 정책도 변하고 있다. 중국은 대대적 정책지원으로 규모의 경제에 맞춰 태양광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무분별한 증설로 인한 가격폭락으로 상당수 기업이 도산하고, 금융부실까지 확산되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양적 확장보다 질적 확장 필요성도 높아졌다. 밸류체인별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태양광 산업구조 자체를 재편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산업 피폐화를 부추기는 수익성 경쟁은 지양시키면서,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덩치와 기술을 복합적으로 키워주는 시도가 표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후 이 같은 기조의 중국 정부 움직임은 더욱 분명해질 조짐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중국에서 벌어지더라도 그 여파가 우리 기업에까지 직접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태양광 기업 실적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소폭이나마 개선되는 추세지만 매출과 생산규모 면에선 선도기업과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화를 제외한 태양전지·태양광모듈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 가격경쟁력에서 여전히 열세인 상황이다. 태양광모듈 가격을 예로 들면 선도기업은 W당 0.5달러 이하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 기업은 이 가격을 도저히 맞추기 힘들다.
2차 구조조정에 따라 중국기업 가격인하 공세가 더 거세지고, 우리 기업 가경경쟁력 부진이 지속된다면 우리 기업 생존자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중국을 중심으로 태양광산업 2차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중국기업 가격인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계를 돕기 위해 내수시장 확대 정책을 펼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태양전지, 태양광모듈 가격 동향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