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이 내년 9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에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율조정으로 위험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지만 최근 국무원이 상하 2%인 위안화 일일 변동폭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환율정책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중국 정부는 완만한 환율 변동을 유도하겠지만 만일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곧바로 국내 수출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중국은 무역규모를 확대하며 위안화 위상을 높여 왔다. 실제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1.39%에 불과했지만 최근 2.09%로 높아지며 미국 달러,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에 이어 세계 5대 통화로 올라섰다.
하지만 일일 변동폭을 정부가 제한하는 등 외환시장 효율성은 여타 기축통화에 비해 떨어진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 연기로 외환정책에 변화를 줄 여유가 생겼지만 중국 정부는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지 아니면 강세로 가져갈지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성공이나 자금유치를 위해 위안화의 안정적 강세가 유리한 반면에 수출 촉진을 위해서는 위안화 약세가 바람직해 향후 방향성은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잉투자 후유증에 노출되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약화되고 있는 중국 경기 여건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앞으로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해 절상보다는 절하 쪽으로 방향을 유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는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하락 위험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핫머니 유출로 중국 외환보유고가 줄고 있다는 사실은 위안화 약세 압력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대폭적인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지 않더라도 9월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은 자본이탈 경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재용 연구원은 “특히 한국은 위안화 절하가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을 부추길 개연성이 있다”며 “이는 중국의 높아진 기술력과 가격경쟁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수출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시장에서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중국 상품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위안화 약세로 인해 가격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다. 인민은행 외환교역센터는 이날 달러·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10일 고시 환율인 6.1162위안보다 1.86%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위안화 가치 하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7%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인민은행은 일간 기준 환율을 시장 조성자들의 환율과 전날 마감 환율을 모두 고려해 이같이 변경했다고 말했다. 무역지표 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위안화 강세에 따른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공고문에서 “위안화 강세가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