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틀 연속 위안화 가치를 큰 폭으로 내려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다.
중국 인민은행 외화교역센터는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인 1.86% 인하한 데 이어 12일에도 1.62% 추가 인하했다. 달러·위안화 기준환율은 전날보다 0.1008위안 오른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 발표 직후 은행 간 외환시장에서 달러·위안은 6.4300위안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정한 하루 가격제한 변동폭인 2.0%까지 오른 것이다.
세계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전날 마감한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이미 1% 이상 하락하며 중국발 악재를 경험했고 아시아 증시는 11일에 이어 12일에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증시는 전날 코스피가 2000P를 밑도는 가운데 12일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이 장중 30P 이상 동반 하락하는 등 패닉상태에 접어들었다. 코스닥이 오후 한때 700선을 밑돌기도 했지만 장 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각각 10P선 하락에서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도 혼란에 빠져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90.8원으로 마감해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민은행은 12일 “무역흑자와 위안화 강세가 중국에 환율 조정 여지를 줬다”며 “환율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위안화 절하가 자본시장 개방을 앞두고 환율개혁을 가속화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위한 토대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냈다. SDR 편입은 달러, 유로화 등 세계 4대 기축통화에 위안화가 들어가려는 것으로 중국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 있는 과제다.
실제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경제참고보는 12일 ‘위안화 환율개혁에 중요한 발걸음 다시 내디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위안화 절하 결정이 환율개혁과 IMF 기반통화 편입 목표 실현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세계 원자재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중국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1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2% 떨어진 배럴당 43.08달러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발 악재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어 최고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1.6% 하락했고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도 최근 6년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반면에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 수요는 늘었다.
문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위안화 약세가 달러 강세로 이어져 원화가치 역시 하락한다면 수출기업은 채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수출 경쟁력이 예전처럼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양국 기업 간 기술격차는 사라져가고 세계 곳곳에서 경쟁한 지 이미 오래다. 상반기 엔화 약세에 힘들어하던 수출기업이 하반기 위안화 때문에 고전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위안화 약세가 심화되고 장기화되면 상당수 산업에서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화장품, 음식료, 의류 등 중국 소비관련 성장주 약세가 우려되는데 중국인 여행객 구매력이 약화되고 중국 시장에서 국내 제품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출주는 대중국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가격 경쟁은 심화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자동차부품, 조선, 운송, 정보통신(IT) 하드웨어, 반도체, 철강 등 업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