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르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투자심사역의 벤처 창업과 투자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스물다섯살에 소셜데이팅서비스 ‘이음’을 창업했던 박희은 전 이음소시어스 대표가 벤처캐피털계에 합류한 지 일 년이 지났다. 스타 창업자가 벤처투자자로 변신한다고 했을 때 업계 반응은 놀라움과 기대가 교차했다. 더구나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이었다.
박 심사역은 한킴(김한준) 대표와 함께 알토스벤처스 서울 사무소에서 한국 스타트업 대상 굵직굵직한 투자를 이끌었다. 알토스벤처스는 작년 6000만달러(약 650억원) 규모 한국 펀드를 만들었다. ‘쿠팡’ ‘배달의민족’ ‘미미박스’ 등을 비롯해 ‘직방’ ‘비트’ ‘잡플래닛’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최근 급성장한 한국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1년 6개월 만에 15개 기업에 투자하면서 펀드는 절반 이상 소진됐다. 대부분 시드머니 수준이 아닌 시리즈A 이상 대형 딜이었다.
박 심사역은 알토스벤처스 투자방침을 ‘연쇄창업자’에게 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쇄창업자는 일단 한번 창업해봤고 이른바 (사업)사이클을 돌아봤다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가능한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며 “사업은 사방에서 물이 터지고 사고가 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때 문제해결 우선순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심사역은 투자 기업 중에 경험이 없거나 현재 진행하는 사업이 초기 아이템인 기업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잡플래닛을 창업한 윤신근, 황희승 대표 역시 로켓인터넷코리아와 그루폰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또 직방을 서비스하는 채널브리즈 역시 처음에는 ‘포스트딜(소셜커머스 플랫폼)’으로 출발했던 사례를 들었다.
박 심사역은 자신 역시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벤처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 재무 상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투자심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좋은 회사를 연결하고 추천받는 일도 창업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뤄지는 일이 많은 것도 장점이 됐다.
박 심사역은 “한국과 미국 벤처캐피털을 비교해 어느 쪽 투자과정이 덜 까다롭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미국 벤처캐피털은 창업자가 초기에 빠져나가지 않게(투자회수, EXIT)하는 장치를 많이 두고 더 도전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박 심사역은 “선진국일수록 벤처캐피털도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경쟁한다”며 “과거와 달라진 역할이지만, 스타기업을 키우는 데 사명감을 느낀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