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글로벌 IT기업, 친환경 에너지 선택은 필수

[이슈분석]글로벌 IT기업, 친환경 에너지 선택은 필수

IT산업 관련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에 달한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며 데이터센터 유지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특히 몸집이 커지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전체 IT 에너지 소비량 중 비중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전체 IT 전력 사용량의 81%를 차지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출되는 에너지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IT 기업은 신재생에너지를 주목한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으로 IT 인프라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구축하는 장점도 있다.

지난 5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미국 인터넷 기업 친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이 친환경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정보 공개 투명성 △신재생 에너지 사용 계획과 지역 정책 △에너지 효율화 및 온실가스 절감 △신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전략 등 총 네 부문을 평가한 결과다. 특히 애플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점인 A를 받은 바 있다.

◇100% 신재생 에너지 사용하는 ‘애플’

애플은 IT 기업 중 가장 발빠르게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했다. 애플이 올해 발표한 2015년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전 사업장에서 100% 신재생 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했다. 사무실부터 애플스토어, 데이터센터 등 모든 곳이 해당된다.

세계 사업장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도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 2011년 20%에 불과하던 신재생 에너지 사용은 2012년 48%, 2013년 72%까지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87%를 기록했다. 판매 매장을 제외한 사무실이나 연구시설 등만 보면 신재생 에너지 비율은 100%에 근접한 수준이다.

애플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 비율 100% 달성을 위해 미국 내 대형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만 20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시설 세 곳이 있다.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에서도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친환경 에너지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유럽 덴마크와 아일랜드에 위치한 대형 신규 데이터센터 운영에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축비용만 약 17억유로(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오는 2017년부터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을 이용한다.

애플은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리고 있는 중국에서도 신재생 에너지 사용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내 모든 애플스토어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내 애플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협력사 공장에도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변화가 하룻밤 만에 일어나지는 않지만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애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며 “깨끗한 환경 조성을 원하는 중국과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북극 냉기 활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모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습도 유지와 냉각 시스템을 친환경으로 바꿨다. 냉방기를 가동하는 대신 공기 공조와 증발 등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회사는 지난 2011년 북극 지방의 찬 공기를 이용해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년 뒤 2013년부터 북극권 가장자리에 위치한 스웨덴 루레아에서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를 가동 중이다.

페이스북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1도에 불과한 자연 환경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이용한다.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기도 흡수할 수 있도록 증발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습도 조절에도 활용한다. 이 밖에 서버 운영 등에 필요한 전력 역시 인근 수력발전소에서 대부분 공급 받는다.

인텔, 콴타컴퓨터 등과 함께 협력해 개발한 데이터센터 디자인도 적용했다. 오픈 컴퓨터 프로젝트로 불리는 것으로 데이터센터 내 하드웨어 장비에 불필요한 것을 모두 제거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오픈 당시 “하드웨어에 금속과 플라스틱 등 낭비를 막아 군더더기 없는 하드웨어 디자인을 활용했다”며 “대부분 서버와 전원분배 시스템은 오픈 컴퓨터 프로젝트 디자인에 기반을 뒀다”고 전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풍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조달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도 건립했다. 최근에는 텍사스주에 다섯 번째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100%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운영계획도 밝혔다.

◇구글, 최적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찾아라

구글도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설계해 운영 중이다. 핀란드 구글 데이터센터는 바닷물을 이용해 시설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관리한다. 회사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프로젝트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에너지 사용량 측정 △공기 흐름 관리 △적정 온도 조절 △무료 냉각 시스템 운용 △전력 공급 최적화 다섯 가지 항목을 데이터센터 운용에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내 하드웨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온도까지 냉각로 온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온도라도 올리면 그만큼 냉각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아도 되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또 발생한 열기를 냉각기 없이 물을 증발시키는 등 무료 냉각 시스템으로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 IT 전망은

신재생 에너지 활용에 모범적으로 평가받는 IT 기업 이외에도 대다수 기업이 미래 친환경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는 점차 탄소배출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시스템이 널리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451리서치에 따르면 미래 IT 업체는 신재생 에너지 직접 생산에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전력 기반시설을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결국 직접 데이터센터에 사용할 신재생 에너지를 발전하는 것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 시스템 변화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 스마트시티가 주목받으며 데이터센터에 지역 에너지 기반 시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첨단 건물 시스템 등 상호작용을 고려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건물 비용도 줄어들며 단순한 전력 공급 등 에너지 시스템뿐 아니라 보다 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기업이 늘 것이란 예측이다.

로드니 게다 텔사이트 수석분석가는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표준으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장애물만 극복하면 변화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며 “지금도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