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쉴 용기

여름 휴가가 막바지다. 자녀 방학 기간과 겹친 7월 말부터 8월 중순 여름 휴가가 절정이다. 이번 주에도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꽤 있다.

절정기에 가족과 휴가를 떠났지만 차가 워낙 막혀 고속도로에만 머물렀다는 사람도 여럿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저마다 다녀온 곳을 자랑한다. 어떤 기업은 휴가철이 더 바쁘다. 여름 한철 장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휴가(休暇)는 ‘쉴 휴’에 ‘틈 가’를 쓴다. ‘쉴 틈’이다. 평소 ‘쉴 틈’이 없는 사람일수록 휴가는 절실하다.

우리나라에서 휴가는 사치로 여겨진다. 시간을 아껴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이뤄내야만 한다고 여기는 탓이다. 휴학한 적 있는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을 그만 두고 쉬었다는 사람에겐 유례없이 한심하다는 눈초리가 이어진다. 지적도 뒤따른다. 대개 그 기간동안 해외 봉사활동이나 자격증 공부를 하며 ‘실익’을 얻지 않고 뭘 했느냐는 내용이다.

정기적으로 휴식 기간을 갖는 직장인이나 학생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은 휴가를 간대도 맘이 편하지 않다. 휴가기간에 적어도 자기계발서 한 두권을 읽어야 하고, 요즘 유행하는 영화라도 봐두어야 한다. 휴일에는 영어 강의를 듣고, 건강을 위해 스스로 몸관리라도 해야한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해 발전시켜야만 살아남는 길이라고 여긴다.

학생들에게도 방학이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스펙 쌓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학원, 과외 등 빡빡한 일정에 시달린다.

휴가다. 쉬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심심해지자. 심심하면 순수하게 자신이 바라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보다 귀중한 자기 성찰의 시간은 없다. 먹고 자고, 그것도 귀찮으면 먹지도 말고. ‘쉴 틈’에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말자.

휴가는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다. 심심할 때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하지 말고, 불안에 떨지 말자. 채우는 휴가가 아니라 비우는 휴가를 즐겨보자. 마음을 다해 ‘심심(心心)’해보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