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원자력 강국, 이들이 있었기에

[에너지포럼]원자력 강국, 이들이 있었기에

전기가 1887년 건천궁에서 최초로 불을 밝힌 이후 현대 사회에서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우리는 물과 바람, 태양, 화석연료, 우라늄 등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해 각 가정과 산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에너지원 중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 발전소(원전)는 국내 전력 수요의 약 30%를 맡고 있다. 원전은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 운전을 시작으로 현재 24개 호기가 가동 중이다.

초기 외국에 의존하던 원전 기술 능력도 제작, 운전, 정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완전 자립을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등 원자력 강국이 되었고 수출 효자 종목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이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거진 방사선에 대한 불안과 원전 종사자들의 비리가 주요 이유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정부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설비 사고 일지도 대외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과 SNS에서 거론되는 글을 보면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원전은 고장 정지, 계획 정비 기간 외에는 멈추지 않고 24시간 가동한다. 이 같은 24 시간 원전 가동을 위해서 수많은 매뉴얼과 지침 등 각종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시행해야 한다.

많은 종사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말없이 수행한 덕분이다. 그들은 현장에서 설비감시와 기기시험, 예방점검, 예방정비 등을 위해 발로 뛰는 원전 파수꾼들이다. 최근 일부 원전 종사자의 비리와 서류위조 등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장에서 묵묵히 기계와 씨름하며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대다수 원전 종사자들은 이들과 한 묶음으로 매도되는 현실에 상실감이 크다.

최근 정부 주도의 원전감독법이 시행되고 청렴 실천 다짐대회를 개최하는 등 자구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원전 비리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는 한 원전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다.

원전 5대 강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최근 원전 추가건설2기와 고리1호기 영구정지 등이 포함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 어느 때 보다 원전에 대한 철저한 운영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둑이 무너지는 것은 조그만 구멍으로 인해 순식간에 발생한다. 이에 사소한 것이라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원전사고를 대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대책이 준비되어 있지만,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각오로 다져야 한다. 원전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안전을 떠나서 원전을 얘기해선 안 된다. 안전을 소홀히 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전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 그것은 개개인의 능력과 경험을 토대로 한 시스템 개발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다. 안전을 확보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인성검사와 교육훈련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시행하여 인적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있다.

원전 전문가는 많이 있지만 진정한 원전 파수꾼은 현장에서 고온, 소음, 방사선 등과 싸우며 설비의 정상운전을 위해 수많은 기기를 정비하는 원전종사자들이다. 그들이야 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전강국을 가능케 한 주인공이자 애국자가 아닐까 싶다. 다시 한 번 그들을 위해 뜨거운 포옹과 박수를 기대해 본다. 고마운 전기 원자력! 그 속에는 정녕 뜨거운 청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는 것을 되짚어야 한다.

최중호 한전KPS 원자력사업처장 choijh@kp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