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메일함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이 쌓인다. 업무메일부터 독자메일까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출입처 보도자료가 제일 많다. 요즘은 이메일을 통한 해외취재도 이뤄지고 있어 외국어 제목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최근 ‘스웨덴에서 메시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스팸메일일 수도 있어 미리보기 기능으로 본문을 읽어보니 현지 오디오 업체의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 초대장이었다. 혹시나 싶어 IFA 홈페이지에서 참가명단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스팸메일이 아님을 확신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스웨덴 홍보담당자는 번역투가 풍기는 메일로 자신들 부스에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에 여러번 방문하였기에 한국문화를 잘알고 있습니다. 부스에와서 이야기를 하면 좋습니다. 메세지를 읽어 주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는 서툰 한국어 문장이 인상에 남았다.
호기심이 생겼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나라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회사와 제품 소개,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질의했다. 일주일 뒤 ‘From Sweden’이라는 제목으로 답장이 왔다. 이번에도 한국어로 작성됐다.
이 회사는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한국진출 이유에 대해 자신의 브랜드가 한국에서 유명해지면 역으로 스웨덴 사람들도 한국제품을 많이 구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오디오 브랜드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수용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머나먼 북유럽의 나라는 아시아 작은 국가 대한민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했다. 소박한 진심을 담은 메일은 마음을 움직였다. 국경을 초월한 마케팅 키워드는 ‘진심’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고, 현대자동차 점유율이 떨어지는 오늘의 위기는 제품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불황에도 팔리는 고가품은 있다. 단순히 가격을 할인한다고 지갑이 열리는 시대는 지났다. 서툰 한국어를 입력하며 얼굴과 이름을 모르는 한국 기자에게 초대장을 썼던 스웨덴인의 정성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다.
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