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광복 70년과 新 한·중·일

[데스크라인]광복 70년과 新 한·중·일

무덥지만, 아침저녁으로 한결 선선해졌다.

세월과 계절 변화는 막을 재간이 없음을 다시금 절감한다.

꼭 70년 전 우리는 광명의 새 세상을 맞았다. 30년 넘는 일본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 문명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전쟁과 분단이란 연이은 아픔을 겪었지만, 반세기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상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700년이 주어져도 이루기 힘든 유례가 없는 ‘압축 드라마’였다.

우리 앞에 광복70년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란 무거운 과제가 떨어졌다.

이 어려운 숙제를 푸는데 한·중·일 3국 관계설정이 중요한 열쇠다.

70년전 일본은 제국주의 망령에 휩싸여 화를 자초했지만, 세계 최강국이었다. 지금 중국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군사·자본력으로 위세를 떨쳤다. 한반도 점령에, 대동아제국 건설, 중국 동북부 유린까지 거칠 것이 없었다. 원자폭탄 한방에 주저앉았지만, 전후 경제회복기 일본은 최고 전성기를 누린다. ‘잃어버린 20년’이 있었지만, 이때 벌어 놓은 달러는 지금도 일본이 외국기업을 사냥하는 실탄이 된다.

중국은 지난 70년이란 같은 시간동안 우리와는 또 다른 환희와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일본과 유럽 열강에 뒷발질 당하던 마약에 취한 왕국이 이제 미국까지 위협하는 G2 국가로 올라섰다. 14억 중국인은 지구촌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모든 것을 소비한다.

한국은 이들 사이에 끼어있다. 앞으로 한국이 생존 또는 발전할 수 있는 길도 이들 가장 가까이로 나 있다.

중국은 위안화 절하로 사실상 발행량까지 정부 통제에 있는 자국통화로 세계경제질서 영향을 시험한다. 시나리오를 그려 놓고, 어떻게 움직일 때 세계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른바 임상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셈이다. 결국, 달러에 대응하는 세계 기축통화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산업생산 증가율(확정치)은 1.1%로 전달 -2.1%에서 급반전했다. 설비가동률도 지난 5월 3.0% 감소에서 0.7% 증가로 돌아섰다. 한국과 중국이 광복·종전 70년을 맞아 일본 우경화를 비난하며, 자국 내 조차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만 경제흐름은 회복 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또 다른 이름은 ‘우경화를 통한 경제부흥’이다.

우리는 광복70주년 축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경제·산업이 싸늘히 식어있다. 수출과 생산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믿었던 ICT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연간 1조달러 수출도 위협받고 있다. 침체된 내수는 생산과 수출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누군가에게 잔치가 누군가에겐 시끄러운 횡포가 되기도 한다.

한·중·일 사이에 서로 얽히고 설킨 감정과 역학관계가 광복 70주년을 더 심란하게 만든다. 앞으로 중국은 더 ‘대국’으로, 일본은 더 ‘실리’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중국식도, 일본식도 답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성장에너지를 찾아 우리 길을 개척해야 한다.

광복 100년을 맞을 때, 후손들에게 지금 우리는 당당할 수 있을까.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