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IT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클라우드 시장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클라우드 발전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IT업계가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 그렇게 될지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발전법 통과로 공공기관부터 일정 비율로 클라우드를 써야 한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그러나 산업 전체로 보면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지 전체적인 수요가 늘 것 같지 않다. 예전에 SI회사들이 가져가던 하드웨어 매출을 이제는 클라우드 운영업체에서 가져간다는 점이 오히려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클라우드가 잘 안 되고 있는지, 아니면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첫째, 우리나라 SI·SM업체 폐쇄성을 꼽을 수 있다. 본래 클라우드는 고객이 많을수록, 넓을수록 효율이 나게 돼 있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에 다른 재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한다? 세상 뒤집어질 얘기다. 그러니 잘해봐야 자체 계열사나 관계회사 클라우드 수요만 담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계열사 서버를 다 모아서 관리하고 있는데 굳이 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통폐합할 이유가 없다. 계열사 IT비용은 그룹 SI회사 매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공기관을 주 타깃으로 해야 하는데 몇 년 지나고 나면 자칫 편파적 지원이니 유착이니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업계에서 얘기하는 대로 법규와 규제 때문이다. 클라우드 발전법은 특별법이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은 고객정보나 거래정보를 외부에 내보낼 수 없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외부 클라우드 사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미래는 몰라도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셋째, 숨은 비용 문제이다. 클라우드도 넓게 봐서 아웃소싱이기 때문에 아웃소싱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고객이 서비스 개선요구를 했을 때 여러 고객 중 우선순위 선정 문제, 서비스 객관적인 평가 문제, 계약 범위에 따른 추가 비용 정산 문제, 클라우드 업체 저생산성에 의한 가격인상 우려, 장기계약에 따른 타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앞으로 공공기관이 일정부분 클라우드를 쓰게 되면 재벌사 클라우드보다는 또 다른 주인 없는 기업 클라우드를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서비스가 과연 최선의 운영효율을 갖출지 의문이 든다. 정보보안 문제도 있고, 망분리 문제도 있어서 정부기관 자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서비스를 무작정 모은다고 꼭 효율이 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혁신과 효율적인 관리가 전제돼야 하는데 공공기관이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결과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시작해서 오히려 비용증가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넷째는 PaaS 부재다. PaaS는 Platform as a Service 약자로, 클라우드를 쓸 때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는 클라우드를 쓰게 되면 고객이 개발비용이나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나,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는 비교적 쉽게 갖출 수 있지만 PaaS는 기술 표준화와 업무처리 프로세스 체계화가 전제돼야 한다. PaaS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으면 클라우드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다섯째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할 것인지 선별해 내는 것도 어렵다. 외국에서도 대부분이 온라인용 고객접점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공기업은 온라인 고객접점 애플리케이션이 그리 크거나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법으로 클라우드를 하라고 하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고 잘 안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올리고 수치상으로만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면 굳이 클라우드로 갈 이유가 없다. 호환성 문제 때문에 클라우드업체와 인터페이스가 쉬운 애플리케이션을 고를 가능성도 있다. 실질적인 효용을 잘 따져 봐야 한다.
여섯째는 공기업 IT직원 반발이다. 공기업 IT직원 담당 업무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솔직히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앱은 거의 없고 다 외주 개발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에 오직 담당자만이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한 분야에 한 사람씩 단단히 업무를 쥐게 되는데 이 중에 일부를 클라우드에 넘겨주라고 하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클라우드로 업무가 줄었으니까 사람과 예산을 줄이라는 얘기도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클라우드가 문제가 많다고 입 모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클라우드 발전법이 9월 실행된다. 그러나 클라우드업체 서비스 준비 여부, 서비스의 질, 서비스 비용, 정보보안 대책에 투자도 많이 하고 준비도 철저히 해서 고객 신뢰를 얻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데이터센터 확장 개념으로 서버 모으는 데만 주력하면 곧 이걸 왜 하지? 하는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클라우드업체가 고객보다 앞선 인프라, SW, 플랫폼을 갖추고,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해야 하고, R&D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지난 호에서 말했듯이 세계적인 IT추세는 클라우드로 가고 있다. 소유의 종말 시대를 맞아 컴퓨팅 파워를 빌려 쓰고, 쓴 만큼 돈을 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내부 투자와 외부 임대를 적절히 활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영업할 때 대부분 그 나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있다. 또 외국클라우드 서비스가 호시탐탐 국내 진출을 탐색하고 있다. 자칫 우리끼리 서로 눈치만 보고 법규 핑계만 대다가 세계적 IT 추세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 IT업계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