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5년 7월 공공연구기관 보유기술 사업화 촉진을 위해 대덕연구단지 주변을 연구개발특구(이하 ‘R&D특구’)로 지정하고 첨단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덕R&D특구는 기업 1500여곳(2.2배), 매출액 17조원(6.4배), 근로자 6만9000명(3배)으로 급성장했다.
대덕연구단지가 과학산업단지로 탈바꿈하면서 R&D특구가 지역경제 발전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011년 광주·대구, 2012년 부산이 특구로 지정됐다. 이달에는 전북특구가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R&D특구가 국가균형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R&D특구에는 특별한 지원제도가 있다. 첨단기술기업(매출액의 30% 이상 첨단제품 생산, 5% 이상 연구개발 투자), 연구소기업(자본금 20% 이상 공공연구기관 소유) 지정제를 운용 중이다. 현재까지 첨단기술기업 121개, 연구소기업 118개가 지정됐다. 이들 기업에 최장 5년까지 법인세 감면 혜택과 사업화 개발자금이 지원된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기술사업화 목적으로 특구에 예산 2197억원을 381개 과제에 지원했다. 대표 성과로 지난 2월 자본금 20억원 규모인 연구소기업 콜마B&H가 코스닥에 상장돼 기업가치 1조2000억원 가치창출과 함께 수백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성공한 연구소기업 하나가 10년 동안 R&D특구에 투입된 전체 예산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한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현재 유망한 연구소기업이 지속 육성되고 있어 대박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콜마B&H에 4억원 규모 기술을 출자한 한국원자력연구원도 2000억원 투자수익이 예상된다. 국가발전 견인차 R&D특구 연구소기업이 창조경제 성공 모델로 부각하고 있다.
연구소기업 시스템은 연구기관 기술력과 기업 사업가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기술기업(여왕벌)을 보육한다. 개인 창업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과는 달리 연구소기업은 대학, 연구기관이 보유한 첨단기술을 현물출자 받아 사업화하는 제도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매년 한 자릿수 설립에 머물던 연구소기업은 정부 창조경제 정책 강화에 힘입어 지난해 40여개가 설립됐다. 올해는 신규 설립목표가 50개다. 가히 폭발적이다.
연구소기업 설립이 급증하면서 연구소기업 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만마리 일벌 보다는 여왕벌 한 마리가 만드는 작업이기에 연구소 설립에 있어 질적 수준 제고는 필수다. 연구소기업 설립은 200여개 공공연구기관 및 대학 중 ETRI,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20여개 기관이 118개 연구소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공공연구기관에 매년 투자되는 4조~5조원 연구개발투자 규모에 비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까지 연구소기업을 보유하지 않은 대부분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연구소기업 설립이 확대돼야 한다.
특구진흥재단은 연구소기업 설립을 활성화하고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4월 기술평가기관 지정 등 사업화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부터 지역별 연구소기업지원센터를 설치, 설립지원과 전문가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창조경제 성공모델 연구소기업 설립 활성화를 위해서는 첫째 창업단계부터 성장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지역별 연구소기업 종합지원센터 설치, 둘째 정부의 대학 연구기관 평가 시 질적평가체제 도입, 셋째 연구자와 기술사업화 기여자에 대한 합리적인 인센티브제도 정착, 넷째 대학 보유기술 사업화 촉진을 위한 지역별 공동기술지주회사 육성, 끝으로 자본력과 영업력이 우수함에도 기술력이 부족해 미래가 불투명한 전통기업의 관심 제고가 필요하다.
연구소기업은 경쟁력이 약화된 전통 제조기업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콜마B&H가 큰 성장을 이룬 것처럼 R&D특구에서 제2 창업을 시도하는 기업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임창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기획조정본부장 cmim@innopol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