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결합상품시장 경쟁상황평가가 시작됐다. 일반인들에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슈일 수 있지만, 방송·통신 업계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의 결합상품 규제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결합상품을 둘러싼 주요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다. 한 상품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결합을 통해 다른 상품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가가 문제 본질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결합상품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케이블TV 시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가 관건이다. 경쟁상황평가 결과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도, 약화될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공짜판매’ 금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일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내놓으면서 특정 상품을 ‘과도하게’ 할인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결합된 상품 중 어느 하나만 공짜 수준으로 과도하게 할인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면 공짜로 팔리는 산업의 자생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도하게’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경쟁상황평가가 기준을 마련해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결합상품 경쟁상황평가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합상품시장’을 하나의 단일한 시장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기초적인 문제도 학문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여러 상품이 하나로 묶이다 보니 시장의 경계를 짓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해외 사례도 없다. 세계 첫 시도다. 우리가 내린 결론이 각국에 참고사례로 인용될 것이다. 어설픈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갖고 있는 덕분에 겪는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다. 결합상품시장을 규제할 제대로 된 근거가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서둘러서는 곤란하다. 어디에 내놔도 떳떳한 논리정연한 경쟁상황평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