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다. 이제 노트북PC나 데스크톱PC는 별 필요 없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회사나 가정에서 매일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를 쓴다.
최신형 제품이 아니거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없는 노트북PC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보다 느리다. 전원버튼을 켜고 운용체계(OS)가 부팅할 때까지 몇 분, 웹서핑이라도 하려고 웹브라우저를 띄우는 데도 한참 걸린다. 바로 켜지고 터치하면 화면이 뜨는 스마트폰에 비하면 느리게만 느껴진다. 여기에 웅웅, 드륵드륵 하는 소음까지. 그럼에도 노트북PC를 새로 구입하기는 왠지 아깝다. 매일 쓰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노트북PC는 늘 구매 순위에서 밀린다. 답답한 구형이지만 안 쓸 수는 없는 애물단지가 됐다. 구형이라서 더욱 쓰기 불편하지만 안 쓸 수는 없어서 참고 써야 한다.
컴퓨터 마니아는 알고 있다. SSD라는 부품 하나만 있으면 느리고 답답한 노트북PC가 최신형 못지않게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노트북PC 마니아였던 2006년 SSD사업을 시작한 것도 최신 노트북PC가 하드디스크로 윈도XP를 부팅하는 데 2분 가까이 걸리던 것을 SSD로 바꾸니 20초 만에 부팅되는 것에 반해서였다.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 속도를 높여주는 SSD라는 제품을 아는 사람은 열에 하나, SSD를 쓰는 사람은 그 열에 하나에서 다시 열에 하나도 안 되는 것 같다. SSD를 들어봤고 알면서도 안 쓰는 이유를 직원 면접에서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컴퓨터 관련 기술직 채용면접이었고 구직자는 컴퓨터 분야 경력도 있고 SSD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본인은 SSD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개인 노트북PC로는 게임도 하지 않고 전문적인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SSD가 게임을 하거나 전문 용도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SSD 가격 또한 전문 용도도 없는 자기 노트북PC를 위해선 비싸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과거엔 그랬다. 2007년엔 32GB 작은 용량 SSD도 100만원이었고 작년 초만 해도 250GB대 제품이 20만원 가까이 했다. 비교적 신형 노트북PC라면 하드디스크 용량이 500GB에서 1TB, 구형 노트북PC라도 200GB 정도는 되니 비슷한 용량의 SSD가 비싼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250GB대 SSD가 9만원 정도고 120GB는 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같은 용량이라도 어떤 제품들은 앞서 말한 금액의 두 배가 되기도 하지만 굳이 비싼 제품은 필요 없다. SSD 관련 기술이 평준화하고 성능과 품질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 용도가 아닌 개인용, 구형 노트북PC에 쓴다면 성능차이가 나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게는 5만원, 넉넉하게 9만원을 들여 SSD를 달아주면 구형 노트북PC는 새로 태어난다. 5년쯤 된 구형 노트북PC에 하드디스크를 쓸 때 1~2분 걸리던 부팅은 20초 안팎으로 빨라지고 웹서핑과 프로그램 역시 훨씬 빠르게 실행된다.
이렇게 빨라진 노트북PC는 몇 년이건 노트북PC가 고장 나지 않는 한 계속 쓸 수 있다. 덤으로 드륵드륵 하는 소음도 없어지고 하드디스크가 아니라서 충격에도 고장 나지 않는다.
SSD와 하드디스크를 비교할 때 용량 대비 가격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비교다. CPU는 더 빠른 제품이 더 비싼 것을 당연시하면서 SSD는 속도를 배제하고 용량으로만 비교하기 때문이다.
새로 사자니 비싸고 왠지 아까운, 그렇다고 그냥 쓰자니 너무 느리고 답답한 노트북PC를 SSD가 적게는 5만원만 투자하면 몇 배나 빠르게 한다. 전문 용도가 아니라도, 게임이 아니더라도 켜지고 윈도를 부팅하는 컴퓨터라면 SSD를 달아 몇 년 동안 수백, 수천 시간을 아끼고 답답함과 짜증을 없앨 수 있다. 5년만 해도 1년에 만원, 하루 30원이 채 안 된다.
그렇게 뛰어난 SSD인데 하루 30원 대신 불편과 시간낭비를 참고 쓴다고 답했던 면접자. 안타깝지만 업무도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 채용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하루 30원으로 쾌적함과 시간절약, 나아가 새 노트북PC 구입비용 절약을 택하기 바란다.
안현철 리뷰안테크 대표 ahn@revuah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