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모씨는 신혼집 TV 장만을 위해 가전양판점을 찾았다가 고민에 빠졌다. 같은 크기, 같은 해상도인데 보급형·프리미엄 등으로 구분돼 가격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뒤에 안테나 케이블만 연결하면 화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TV는 이미 ‘컴퓨터’ 못지않게 복잡한 전자제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현일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상품기획팀 부장은 “TV가 디지털화되며 제품도 다양해졌다”면서 “현장에서도 디자인, 최신기능 선호 여부에 따라 소비자 성향이 달라져 TV 선택 기준도 다양해졌다”고 소개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고스트 현상, 노이즈와 같은 아날로그 시대 시청 방해 요소가 사라진 대신 해상도, 패널 형태 등 경쟁 요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TV 제조사 관계자는 “TV를 구입할 때 크기와 해상도만 갖고 판단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PC라도 CPU, 메모리, 저장장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듯 TV도 단순히 영상과 음성만 내보내는 ‘바보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TV의 디지털화에 따라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 때로는 PC보다 훨씬 고규격 부품이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TV 내막을 정확히 알고 구입하는 소비자는 적다. 도입 3년여 만에 사실상 전 국민이 전문가 반열에 오른 PC, 스마트폰과 달리 제조사 브랜드, 매장 직원 권유에 따라 구입하는 일이 많다. 수백만원 거금을 들여 한번 사면 10년 이상 써야 하지만 과거와 달리 제조사, 유통경로도 다양해져 소비자가 고려해야 할 게 늘어나고 있다.
TV에 대해 알아보자. 구입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TV 이야기’를 숙지한다면 자신에게 더욱 알맞은 제품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