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돈맥경화

정재훈 전자신문 전국팀 부장
정재훈 전자신문 전국팀 부장

지방 침체가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정부 지역산업정책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지역산업정책은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와 함께 시작됐다. 1999년 국민의정부 당시 전략산업육성사업이 만들어졌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엔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지역산업정책은 탄력을 받았다.

MB정부를 거쳐 현 정부도 지역산업정책 겉모습을 바꿨지만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취지는 같다. 시도중심 전략산업 육성에서 ‘5+1’권역으로 지원이 되다, 다시 시도중심으로 되돌아왔을 뿐이다.

지역산업정책은 우리 몸에 비유하자면, 전신을 돌고 있는 혈액에 해당한다. 혈액순환이 잘 돼야 몸이 건강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역산업정책 때문에 지자체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이 정책이 성년은 됐지만 ‘돈맥경화’ 현상에 발목을 잡혔다.

예산이 해마다 줄고 있다. 2010년 7695억원이던 사업 예산이 올해는 4361억원까지 떨어졌다. 5년 만에 57% 수준으로 줄었다. 연평균 12%씩 급감한 셈이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해마다 6~10%씩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내년 예산도 올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지역정책 전문가들은 지역사업을 수행하려면 지역산업육성사업 예산이 최소 5500억원은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을 육성할 기반 예산 폭으로 제시한 액수다.

지역산업육성사업 예산이 줄면 지역 중소기업 지원이 줄게 되고, 기술 경쟁력이 따라 약화될 우려가 있다. 지역 기업이 힘들어지면 현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도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지역산업육성사업이 위축된다면 몸이 균형을 잃듯 국가 경쟁력도 훼손당하게 된다.

몸에서 피가 돌지 않는 부분은 괴사한다. 전국 곳곳을 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선 지역산업 투자 증가가 필수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깊이 있게 인식해야 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