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안화발 환율전쟁…향후 금융 시장 어디로?

중국은 최근 연이어 위안화를 대폭 평가 절하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를 갑자기 역대 최대 폭인 1.86% 내린 데 이어 이튿날인 12일에도 달러당 6.3306위안 환율을 고시해 1.62% 깎았다. 13일에는 1.11%를 추가로 떨어뜨렸다. 달러·위안화 기준 환율을 6.4010위안으로 매겼다. 총 사흘간 4.66% 평가 절하한 셈이다. 이후 14일과 17일에는 각각 0.05%, 0.0009%로 전날보다 위안화 가치를 소폭 올리며 환율을 일정 부분 조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슈분석] 위안화발 환율전쟁…향후 금융 시장 어디로?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은 세계 증시와 환율을 크게 흔들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절하 유도 전략이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기업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 위안화 가치 더 떨어질까?

중국이 연이어 위안화 가치를 깎아내린 것은 생각보다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종 지수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지만 이보다 경제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수요 감소와 내수 시장 부진이 겹친 탓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2일 발표한 주요 경기 통계 지표들에는 모두 적신호가 켜졌다. 7월 자동차 생산은 11.2% 줄었다. 승용차만 따지면 감소폭은 전월보다 갑절 이상인 26.3%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산업생산도 6.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8.9%, 수입은 8.6% 줄었다.

시장에서는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 안정 전략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중국 인민은행은 14일 매매 기준을 4일 만에 인상한 뒤 17일에도 소폭 상향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시장에서 매매되는 ‘위안화 NDF’ 선물도 달러 대비 상승했다. 위안화 NDF는 시장 참가자가 위안화 미래 시세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불린다. 위안화 NDF는 14일 전일 대비 0.08% 상승한 달러당 6.5575원을 기록했다.

위안화가 미국 의회에서 중국을 공격하는 대표 요소 중 하나라는 점도 향후 위안화 추가 가치 하락에 회의적인 이유다. 중국이 연이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자 실제 미 의회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중국 측은 이에 ‘환율 전쟁’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상태다.

시장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위안화를 계속 내리는 것은 오히려 무리수라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남중국해 등 양국 간 먼저 논의해야 할 현안도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 역시 과도한 위안화 강세 시정은 기본적으로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이 나서 위안화 평가 절하 종료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세계 금융 시장 혼란이 커진데다 중국에서도 자본유출이 계속되는 것을 의식한 행동이란 해석이다. 위안화 절하가 중국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향후 환율 및 금융시장 전망은?

지난주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에 글로벌 금융 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떨어졌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하던 이틀간 한국 원화는 달러 대비 총 2.36% 내리막을 탔다. 이는 아시아 11개국 중 중국 위안, 말레이시아 링깃 다음으로 큰 낙폭이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8원으로 끝나 전일보다 11.7원 커졌다. 종가 기준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14일 1174원으로 낮아졌던 환율은 18일 오후 3시 기준 1185원으로 다시 올랐다. 중국 위안화 진정세가 나타나자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시장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향후 환율 변동은 중국 위안화 가치변동보다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정례회의 의사록 발표를 앞두고 미국 고용지표,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는 일제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기 호조를 보이는 미국이 9월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금리인상 기대감은 역외 달러 매수세를 부추기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야기된 원화가치 하락과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릴 경우 국내 시장에서 대거 자금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나간 자금은 금리가 높아진 미국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