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안화발 글로벌 환율전쟁... 국내외 산업에 미칠 영향은

[이슈분석] 위안화발 글로벌 환율전쟁... 국내외 산업에 미칠 영향은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국내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동남아 기업은 불안

업계에서는 철강 등 전통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수출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한다. 위안화 여파에 아시아 각국 통화가치는 하락하며 새로운 달러 강세를 초래, 달러화 채무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안화 절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베트남 철강 산업이다. 중국 경제 침체로 현지 수요가 줄어들자 베트남으로 수출처를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하가 이어지면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 1~7월 베트남 철강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중국 제품 대응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베트남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 스틸도 중국 상품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동남아 국가의 대중국 수출에도 역풍이 불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이미 침체되는 모습이다.

수출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으로는 말레이시아 팜유 업체 시메다비와 태국 최대 석탄기업 반푸가 거론된다. 시메다비는 말레이시아 정부 계통의 유력 대기업이지만 환율변동과 팜유 시세에 실적이 좌우되기 쉽다. 태국 반푸 석탄 매출 약 20%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회사는 위안화 평가 절하가 단기적으로 불리해진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나타냈다.

위안화 평가 절하로 아시아 각국 통화가 하락하며 상대적인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달러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통화로 환산된 상환액이 커지면서 실적 성장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통신업체 XL액시아타는 지난 14일 6월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15억5500만달러(약 1조8400억원) 부채 일부를 루피아로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3~6개월간 환율 위험성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달러 부채가 많은 항공 산업도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태국 타이항공은 지난 4~6월 결산에서 36억7900만바트(약 1230억원) 환차손을 계상했다. 필리핀 기업 미구엘도 최근 페소 약세로 11억페소(약 281억원) 상당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평가 절하로 페소 약세가 계속되면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기업에 미칠 위안화 영향은 복합적

위안화 평가절하가 지속될 경우 일부 국내 산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의류나 섬유, 신발, 식음료 등 노동집약적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기업 가격인하 효과로 경쟁 중인 국내 제품 수출경쟁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위안화 가치하락에 따라 한국을 찾는 여행객 감소도 부정적 요인이다. 유커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이 주로 구매하던 화장품이나 생활소비재, 명품 등 업종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안화 절하가 국내 수출 기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 생산기지가 대부분 중국에 위치하고 있어 위안화 환율 조정이 내수 진작이나 수출 증대로 이어질 경우 국내 진출 기업 또한 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기준 국내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수출비중은 73.2%로 추산되며 중국 수출증가는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을 견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적인 향후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지 진출 기업이나 바이어는 중장기적인 관측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바이어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제품 계약기간이 비교적 길고 위안화 결제 비중이 아직 낮은 편이어서 단기적이거나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와 동시에 원화 평가절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질적 환차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인 관찰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현지 전문가도 중국은 아직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므로 이번 조치로 위안화가 다른 신흥국으로 유입되기 힘든 상황으로 간주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