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 황화수소로 초전도체 만들었다

독일 연구진이 황화수소를 활용해 초전도체를 개발했다.

최근 독일 연구진이 황화수소(H2S)를 이용한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 관련 논문을 네이처지에 실었다고 와이어드가 18일 보도했다.

그동안 과학계는 초전도체 소재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왔다. 초전도 현상은 어떤 물질을 극저온 상태로 냉각시키면 갑자기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물리적 현상을 말한다. 전기저항이 0이면 전류가 흐를 때 손실되는 에너지가 없다. 현재 핵융합, 자기부상열차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이를 응용하면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영역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초전도체는 금속이나 세라믹 소재를 전이온도(transition temperature) 아래로 냉각한 후 전자 움직임을 제어해 만들었다. 첫 번째로 과학계가 만들어낸 초전도체는 수은으로, 영하 450도 정도인 4.2K(절대온도)에서부터 초전도 현상이 발견됐다. 이붕화 마그네슘(MgB2)은 40K에서, 구리 기반 초전도체는 133K정도부터 이 현상이 관측됐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물리학자들은 초전도체를 황화수소로 제작했다. 황화수소는 방귀로 알려진 가스로,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악취를 가진 무색 기체다. 화산 가스나 광천에 포함돼있으며 황화철에 묽은 염산·황산 등을 넣어 만든다.

초전도 이론에서는 가벼운 금속일수록 높은 전이온도(TC)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는 수소지만 금속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독일 연구진은 수소에 다른 물질을 결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믹하일 에르메츠 막스플랑크 물리학자는 “수소가 분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소재는 순수하게 수소만 있을 때보다 저압에서 금속으로 변형할 수 있다”며 “물론 이것도 고압이지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소재를 실험해 봤고, 결국 황화수소에서 이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먼저 보석 품질에 해당하는 두 개 다이아몬드를 제작했다. 약 100기가파스칼(gigapascal) 압력으로 잘라내 직접 만들었다. 이는 해수압의 거의 100만배에 달하는 수치다. 금으로 코팅한 티타늄으로 전도성을 측정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를 제작할 때 중심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기술 명확성이 떨어졌다.

이에 연구진은 여기에 황화수소를 주입했다. 황화수소는 압력을 가하면 모두 수소원자가 하나 더 붙은 H3S로 전환된다. 황화수소에 고압을 넣자 불과 영하 94도에 불과한 203K에서부터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 초전도체보다 쉬운 환경에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고어 마진 해군연구소 물리학자는 “이 정도 온도는 남극 대륙 정도”라고 말했다.

믹하일 에르메츠 물리학자는 “이론은 이론에 불과하다”며 “소재의 무게와 전이온도 상관관계 또한 예측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단 기능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