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부한 아카마이코리아 사장은 짐 콜린스의 경영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기업 경영의 바이블이며 기본을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2002년 이 책을 접한 손 사장은 큰 감명을 받아 동료, 고객, 파트너, 지인 등 100여명에게 선물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지만 손 사장의 감흥은 특히 남다르다. 책을 읽을 당시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근무한 그는 회사가 하나의 확실한 목표와 구심점 없이 운영되는 것을 보고 이 책이 이야기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 후 여러 글로벌 기업 지사를 거치면서 시스템을 만들고 직원에게 끊임없이 목표 의식을 부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손 사장은 “기업도 시스템이지만 개인도 본인의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퍼거슨은 맨유의 시스템을 대표하고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서 본인의 독특한 시스템을 접목해 가고 있다”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가져야 할 시스템을 고민하고 그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손 사장이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람 먼저…다음에 할 일’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라(그러나 믿음은 잃지 말라)’ ‘플라이휠(Flywheel)과 파멸의 올가미’ 세 가지다. ‘사람 먼저’는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워야 하는 문제, 즉 좋은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손 사장은 “여러 회사를 경험하면서 좋은 사람이 모이면 일이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며 “좋은 사람(직원)은 회사와 공통의 목표를 갖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라’는 베트남 전쟁포로로 살아 돌아온 미군 스톡데일 장군의 사례를 든다. 스톡데일은 베트남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였다고 말한다.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눈앞에 닥친 가장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다.
플라이휠은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바퀴를 말한다. 플라이휠은 처음 돌리기는 힘들지만 가속이 붙으면 정지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돌아간다. 공통의 목표를 가진 기업 구성원이 오랜 기간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 플라이휠을 계속 밀고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돌파점에 이른다. 자주 목표가 바뀌고 기본을 놓치며 슬로건만 넘치는 기업은 파멸의 올가미에 빠져 든다.
시골 출신으로 경운기를 몰아 봐 플라이휠의 원리를 잘 아는 손 사장은 “아카마이와 같은 클라우드 비즈니스 기업은 영업 주기가 짧고 사업이 매우 역동적”이라며 “따라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면 반짝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 없이는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이 책에 나온 몇몇 위대한 기업은 어려움에 놓여 있다. 손 사장은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철학과 콘셉트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