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78> 통신 절약

[이강태의 IT경영 한수]<78> 통신 절약

전기, 수도, 가스는 생활에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낭비하면 안 되고 아껴 써야 한다고 배웠다. 중요할수록 더욱 더 아껴서 꼭 필요한 때에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 피 같은 외화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껴 쓰는 것이 애국이라고 배웠다. 만약 피크 타임에 전기가 부족하면 우선 생산 현장에 전기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 쓰라는 캠페인도 있었다. 에너지를 아껴 쓰면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만 개인적으로도 전기료, 수도료, 가스료를 줄일 수 있다.

통신 부문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 통신 속도와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정말 자랑할 만하다. 세계 어디를 가 봐서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에서 조는 사람 빼고 눈 뜨고 있는 사람은 전부 휴대폰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어디 지하철뿐이랴! 사무실, 길거리, 카페, 버스, 공연장 등 도처에서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함께하고 있다.

문제는 그 스마트폰의 사회적 부가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다. 우리가 잠시의 자투리 시간도 못 참으면서 만지작거리는 스마트폰의 사회적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검색도 하고, 통화도 하고, SNS도 하고 남는 시간에 게임도 좀 하고 드라마도 좀 보고, 야구 중계도 좀 보고, 만화도 좀 볼 것이다. 그래서 전 국민이 그만큼 더 현명해졌는가. 그래서 그만큼 더 윤택해졌는가. 그래서 그만큼 더 행복해졌는가.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는 생활에서 잠시의 여유도 가질 수 없고, 잠시의 사유(思惟)도 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여유가 있으면 불안해하고 사회와 단절된 느낌이 들고 어떻게든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가 속한 그룹으로 끼어들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는 않은가.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조급해지고, 온갖 잡스러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거의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 중독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한 편 다운로드 받는 데 1초가 안 걸린다고 자랑을 하지만 이렇게 빠른 통신 속도가 국민 생활 개선과 국가 경제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통신 기술을 해외로 수출해 외화를 획득하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지하철에서 주로 드라마 보고, 야구 보고, 게임하는 데에 쓴다면 그게 올바른 국가 자원 활용일까. 국가 자원은 가급적 생산적인 부문에 선투자되고 그 다음에 전후방 연쇄효과에 의해 수출 증대든지 수입대체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지금의 통신 속도 경쟁이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더 심화시킬지언정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이나 지금 사회적으로 가장 큰 화두인 경기회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빠른 통신 속도가 국민 생활을 어느 정도 여유롭게 하고, 즐겁게 하고, 나아가 초연결사회에서의 정보공유에 기여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적정 수준 이상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과잉투자가 되고 국가 자원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어떤 분야에서 과투자에 의해서 발생한 낭비는 곧 다른 부문에서의 투자자원 부족으로 돌아올 것이다. 생산적이고 부가가치가 나오는 부문에 국가 자원이 선투입돼야 한다. 통신사끼리 과당 경쟁하는 시장에서의 과투자는 결국 서로가 부실화 되고 언젠가 통신사를 통폐합하게 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통신비가 다른 나라보다 싸니 비싸니 하는 논쟁은 의미 없다. 정치가들은 반값 통신비를 들고 나오지만 문제의 핵심은 통신비를 따지기에 앞서 의미 있는 통신, 경제성 있는 통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싼지 비싼지는 쓰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반값 등록금에 앞서 교육 투자 효율을 세밀히 분석하고 효율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선행됐어야 한다. 학생 수업태도에 따라 수업료가 비쌀 수도 있고 쌀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세계 1위였다. 지금은 어떤가. 자동차도, 반도체도, 통신도 언젠가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는가.

통신의 중립성을 따지기 앞서 사용자, 이용자가 쓰는 만큼 제값을 내는 방식으로 통신비 부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여기저기서 기간 통신망에 무임승차하면서 통신의 중립성을 얘기하는데 그 비용은 누가 내는가. 결국에는 일반 소비자가 내는 수밖에 없다. 정액제를 마케팅 방편으로 쓰는 것은 바보짓이다. 지금 당장은 서로 좋을 것같이 생각하지만 과소비하는 고객의 비용을 적정 소비하는 아껴 쓰는 고객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뷔페에서 많이 먹을수록 이익이라고 막 먹는 이유가 뭐겠는가. 이런 불공정한 요금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통신사들이 5G로 통신 속도를 올리면 외국 통신기기 회사들만 살판난다. 지금 통신속도가 느려서 못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 세계 최초로 1초 만에 영화 내려 받는 일이 불경기에 조마조마하는 우리에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스마트폰을 평균 1년 2개월 만에 바꾸면 스마트폰 제조사만 살판난다. 새로운 스마트폰 기능 중에 무엇을 얼마나 잘 쓰고 있는가. 새로 나올 때마다 지금 멀쩡한 폰을 버리고 유행처럼 새로운 폰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가. 통신기기 회사는 좋다고 하겠지만 가치에 입각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소비가 오래갈 가능성은 없다. 마니아들도 나이 들고 결혼해서 가족이 생겼는데도 그렇게 하지는 못 할 것이다.

통신 관련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합리적인 통신 자원 투자와 소비를 생각해 봐야 한다. 시장점유율 때문에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다가 개인, 기업, 나아가 국가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제는 무슨 짓을 해도 통신 3사가 다 따라 하기 때문에 차별성이 없다. 다만 발표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개인도 가급적 책을 보고, 잠시 여유가 있으면 사유(思惟)하면서, 시간을 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에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젊어서 절약하지 않으면 노년에 고생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고불변의 진리다. 특히 젊어서의 시간은 더더욱 그렇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