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봉한 영화 ‘이글아이’는 트랜스포머로 잘 알려진 샤이아 라보프가 주인공 제리 쇼 역으로 나오는 액션 스릴러다. 평범한 청년인 제리가 어느 날 통장에 75만달러(약 9억원)가 입금되면서 거대한 사건 속에 휘말리게 되는 줄거리를 담았다.
제리는 집에 각종 무기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여러 여권이 배달돼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30초 후 FBI가 닥칠 테니 도망갈 것”이라는 전화를 받는다. 제리는 순식간에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FBI에 쫓기게 된다. 도중에 비슷한 상황에 처한 레이첼을 만나 영문도 모른 채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제리와 레이첼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섬뜩한 여인 목소리의 슈퍼컴퓨터 ‘아리아(ARIA)’로부터 끊임없이 위험한 명령을 받는다. 아리아는 휴대폰, 현금지급기, 거리의 CCTV, 교통안내 LED 사인보드, 신호등 등 주변의 전자장치를 이용해 제리와 레이첼의 행동을 조종한다.
주인공들은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리기도 하고 쓰레기 더미로 떨어지거나 고압선에 감전될 뻔하기도 한다. 제리가 익명의 메시지를 거부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꺼놓자 아리아가 졸고 있는 낯선 옆 사람 휴대전화로 명령하는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아리아가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관련 기기가 늘어나면서 특정 인물의 행적을 24시간 추적하고 기록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위치추적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철, 도로, 골목, 화장실, 빌딩 곳곳에 설치된 CCTV가 300만대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한 개인이 이런 CCTV에 노출되는 횟수는 하루에 140여회를 넘는다. 범죄자 행적을 추적하고 적발하는 게 용이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CCTV뿐만이 아니다. 휴대전화가 발생하는 위치 신호, 은행 ATM 사용 기록, 신용카드 결제 등 현대인의 행적은 모두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이글아이에서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함께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사람의 위치를 추적한다. GPS는 1970년대 초 미 국방부가 물체 추적을 위해 만들었다. 여러 개의 위성이 지구상 수신기와 주고 받는 신호로 위치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정확도가 매우 높다.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도 자체 GPS 프로젝트 베이더우를 추진 중이다.
이글아이는 GPS를 비롯한 다양한 문명의 이기가 감시체계로 악용됐을 때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최신 기술과 과학은 제대로 쓰면 약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