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앞두고 금융사와 IT기업 등을 중심으로 컨소시엄 윤곽이 잡히고 있다. 참여를 확정짓지 않은 여러 기업도 막판 진영 구축에 합류할 것으로 보여 인터넷전문은행 1호 라이선스 획득을 향한 ‘눈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3일 IT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IT기업 중심의 적극적인 컨소시엄 구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은행을 대주주로 하는 컨소시엄이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IT기업의 입지가 한층 넓어진 형국이다.
현재 한국금융지주와 다음카카오, 국민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1호 라이선스 획득에 한발 다가섰다. 다음카카오의 플랫폼과 증권사, 자산운용, 벤처캐피털,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서비스 운용이 가능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관측이다.
인터파크도 3000억원의 자본금 투자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컨소시엄에 나섰다. 최대 온라인 쇼핑몰 운영 노하우가 강점이다.
KT·교보생명 컨소시엄도 우리은행과 새 진영을 구축해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한다. 특히 교보생명은 지난해 우리은행 인사 추진 경험이 있는 데다 생명보험 최초로 인터넷전문보험사를 설립한 바 있다.
그 외에도 키움증권, 이베스트 투자증권, KG이니시스, 다날, SBI 저축은행, OK저축은행, 텍셀네트컴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대형은행과 진영 구축에 나서는 등 치열하게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이들 사업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기술 보유 업체를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보안 및 인증회사, 신용평가사, SI기업 등을 후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은행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망하던 은행이 적극적으로 컨소시엄에 동참하자는 분위기로 급선회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자회사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주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비금융사와 IT기업은 은행 참여를 필수로 꼽는다. 입금과 출금을 위한 은행 오프라인 연계, 은행의 리스크관리 역량이 사업에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BK기업은행, 농협은행은 물론이고 지방은행까지 파트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실제 BNK금융은 롯데그룹과 접촉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행은 미래에셋증권과 진영을 구축했지만 최근 미래에셋이 사업 참여를 철회하면서 새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
비금융사 입김이 세지면서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이 내세우는 금융 서비스도 보다 차별화된 비즈니스가 나타날 전망이다.
중금리 신용대출 모델은 물론이고 자산관리, 주식매매, 신용 공여, 자동차 할부금융, 송금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중금리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인가 요건으로 △사업계획 혁신성 △주주 구성과 사업모델 안정성 △해외 진출 가능성에 부합 등을 내세웠다. 이를 충족하는 모델이 중금리 대출모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업자본 참여가 제한되는 만큼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포털, SNS 등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금융산업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표]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현황 (각사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