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요즘 어렵다. 안으로는 급증하는 수입차 판매량에 내수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밖으로는 환율 악재와 판매 부진에 시달린다. 그 중 가장 뼈아픈 것은 한국에서 소비자 불신이다. 내수용과 수출용 차가 성능과 안전에서 차이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여론 악화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절박해진 현대차가 초강수를 뒀다. 도심 한 가운데서 수백명 고객과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쏘나타 두 대를 정면 충돌시켰다. 한 쪽은 미국에서 생산된 수출용, 다른 쪽은 국내에서 생산된 내수용 차다. 조건을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한’ 실험이다. 이번 행사에 무려 10억원을 썼다. “눈물 난다”는 부사장의 말에서 절박함이 묻어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외관 점검, 더미 계측에서 동등 수준 안전성이 입증됐다. 고객 반응도 좋았다. 야외에서 ‘카투카’ 충돌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인 구경거리였다. 실험 직후 앞으로 나와 차량을 직접 살폈다. 웅성거리던 목소리는 이내 “실제로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생각이 바뀌었다”는 반응으로 나타났다.
두 차량 모두 안전성이 입증됐다. 전면부가 완전히 파괴됐지만 A필러가 유지되면서 탑승공간이 보존됐다. A필러 변형 여부는 충돌 실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차가 아무리 흉측하게 일그러져도 필러와 탑승공간이 보존되면 승객 안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이날 현대차가 지킨 것은 회사의 A필러다. 현대차가 위기에 처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800만대 시대’ 새 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위험하다. 세계 무대를 고속 질주하던 ‘현다이’가 충돌 사고 위기에 처했다.
고객과 신뢰는 최후 보루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신뢰를 잃으면 가망이 없다. 이날 현대차는 고객 신뢰를 지켰다. 현대차가 지킨 것은 차 한 대가 아니라 위기 속 마지막 희망이다.
끝이 아니다. 이번 실험 이후에도 각종 의혹이 새로 제기될 수 있다. 정면충돌 실험 한 번으로 모든 의혹이 해소될 리도 없다. 하지만 실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약속이다. 지켜야 한다, 고객과의 약속을…. 살려야 한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을….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