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특별기획]<2>`실력`이 된 휴대폰·통신장비

[차이나 특별기획]<2>`실력`이 된 휴대폰·통신장비

‘차이나 리스크’는 두가지 의미다. ‘중국 경제의 위기’와 ‘혁신에 따른 중국 경쟁력 강화’가 우리에겐 모두 ‘차이나 리스크’다 두려워 할 것은 역설적이게 ‘중국 혁신에 의한 경쟁력 강화’다. 중국이 혁신할수록 우리기업의 설자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경제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자본과 기술력, 마케팅에 영업력까지 겸비한 중국 기업이 무서운 기세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일부 영역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중국 ICT 산업이 한국 최대 위협으로 성장한 셈이다.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슈퍼 차이나’를 인정하는 제3의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 이상 중국을 배척하고 경쟁하는 것보다 협력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전략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륙의 실수’라는 말은 우리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지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일 수 있다.

‘실수’라는 말에는 ‘우연’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중국이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도 우연이고, 통신장비를 잘 만들어도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만한 실력이 안 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우리가 낡은 생각에 갇혀 있는 사이 중국은 실력을 갈고닦았다. 스마트폰은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고 통신장비는 이미 오래전 우리 수준을 넘어섰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는 옛말이 됐다.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는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이 됐다.

중국 스마트폰 성장이 무섭다. 안방에서는 이미 애플이나 삼성을 추월했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는 18.2%를 기록한 샤오미다. 1분기(14.4%)보다 점유율이 더 뛰었다. 화웨이가 16.2%로 2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11.6%로 겨우 두 자릿수 점유율에 턱걸이했다. 삼성전자는 8.6%로 5위에 그쳤다. 6위 오포(OPPO)에 바짝 추격당하는 신세다. 상위 10개 중 8개가 중국 업체다. 작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작년 1분기 중국 시장에서 압도적 1위는 19.8%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이었다. 2위 샤오미(11.6%)와는 거의 갑절 차이로 앞섰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중국 스마트폰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2분기 9% 점유율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단독 3위에 올랐다. 1분기까지만 해도 공동 3위 경쟁을 펼치던 LG전자(4.2%)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화웨이는 북미에서 시장점유율 1.6%로 고전했을 뿐 서유럽(8.5%), 아시아태평양(10.4%)에서 고른 점유율을 보였다. 중국 스마트폰 산업이 중국 이외 지역에서도 삼성,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중국산 스마트폰은 ‘뒤처진 성능과 싼 가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나라 통신사가 여러 차례 중국 스마트폰을 들여왔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바꾸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 IFA에서 화웨이가 공개한 프리미엄 모델 ‘메이트7’은 옥타코어 1.8㎓ 자체 AP와 3GB램, 32GB 내장메모리, 4100㎃h 배터리, 후면 1300만 화소라는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도 가격은 499유로(67만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성능을 갖춘 국내산 스마트폰 출고가가 80만~9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20% 이상 저렴하다.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된 화웨이 ‘X3’가 소리 소문 없이 올 상반기까지 7만대 가까이 팔린 것도 중국산 스마트폰에 변화된 국내 인식을 대변한다.

화웨이는 올해 열리는 IFA에서 더욱 고성능을 갖춘 ‘메이트8’를 공개하고 샤오미도 대화면폰인 ‘레드미 노트2’를 출시하는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프리미엄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이미 중국은 세계적 강자 지위를 굳혔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는 우리나라에서 “기술 빼간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누가 우위에 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뜻이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중국 업체인 화웨이와 ZTE는 각각 24%, 7% 점유율을 차지하며 2위와 5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3% 점유율로 6위에 그쳤다. 화웨이와 ZTE 점유율을 합치면 30%가 넘는다. 일부 장비에서는 중국 업체가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광전송 장비 부문은 화웨이가 21%로 세계 1위, ZTE가 16%로 세계 2위다. 화웨이와 ZTE로부터 위아래서 협공을 받던 3위 노키아는 지난 4월 4위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며 방어에 나섰다. 그만큼 중국 공세가 위협적이었다는 뜻이다.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 IT서비스 전체를 포함해 계산하면 중국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사업자 운영기술수익(통신장비+소프트웨어+IT서비스) 기준 시장점유율은 에릭슨이 299억달러, 17.7% 점유율로 1위에 오른 가운데 화웨이가 271억달러, 16.1%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1위와 격차가 불과 1.6%포인트(P)밖에 되지 않는다. 2013년에는 이 차이가 3.7%P였으나 1년 만에 크게 줄었다. ZTE는 86억달러, 5.1%로 6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2억달러, 1.9%로 8위에 그쳤다. 앞서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3%로 6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점유율과 순위가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단순 통신장비보다 수익률이 뛰어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수익이 많은 만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금액이 많아지고 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가 단순히 하드웨어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표]2014년 세계 LTE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자료:Dell’Oro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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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