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계는 한국 중소기업과 협력 비즈니스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대기업 후광을 얻고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면에서는 한국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통신장비업계 생태계도 중국기업 울타리로 수직계열화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이 같은 상생 협력 비즈니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웨이는 재작년 국내 중계기 제조업체에 공공무선인터페이스(CPRI) 규격과 기술을 공개했다. CPRI는 기지국 데이터부문(DU)과 무선부문(RU) 간 통신 규격으로 대부분 DU 공급사가 RU까지 공급한다. DU를 개발하는 대형 제조사 종속성이 강하다. 화웨이는 이 규격을 공개해 국내 중소기업이 RU를 직접 개발해 이통사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화웨이는 삼지전자와 에어텍시스템에 CPRI를 공개했다. 고객사인 LG유플러스는 여러 국내 장비업체 중에서 기술과 운영 역량 등을 고려해 두 업체를 선정했다. 삼지전자와 에어텍시스템은 지난해 상품개발에 성공, LG유플러스에 RU를 공급하고 있다. 두 업체가 개발한 장비는 화웨이 DU의 CPRI를 수용할 수 있는 마스터 유닛(MU)과 RU 역할을 하는 중계장치다.
그동안 국내 중계기 업체는 RU 기술 개발 역량을 갖추고도 대형 제조사 DU 기술규격을 알 수 없어 이들에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만 RU를 공급했다. 중간에 대형 제조사가 끼면 중간 마진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삼지전자와 에어텍시스템은 직접 LG유플러스에 납품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업체는 화웨이 DU가 공급되는 다른(해외) 이통사에 추가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화웨이 CPRI를 기반으로 이통사 요구사항만 만족한다면 충분히 추가 RU를 공급할 수 있다. 화웨이가 CPRI를 오픈해 중소기업과 장비를 개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CPRI 공개 목적이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 ICT 마켓이 성장하면 화웨이도 성과를 창출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크다는 점에서 ‘윈윈’을 생각한 것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CPRI를 추가적으로 다른 업체에 오픈할지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국내 업체와 상생할 수 있고 시너지가 기대된다면 언제든지 규격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이 같은 전략은 단기적으로 중소기업 실적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장비업계가 ‘화웨이 사단’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대기업 생태계에 우리 중소기업이 속속 종속되면 결국 우리 대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대기업도 하루 빨리 중소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