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폰 표준특허 공유는 우리에게도 숙제다

공정위가 2년 가까운 고심 끝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MS가 앞으로 7년간 표준필수특허(SEP)에 프랜드(FRAND) 조항을 준수한다는 조건을 달고서다.

오랜 시간 고심한 규제 당국의 흔적이 보인다. 우리 기업 해외활동에서 역작용을 감안하더라도 막무가내로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휴대폰·스마트폰·운용체계(OS) 관련 특허를 많이 가진 MS와 노키아를 일방적으로 자극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 기업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글로벌 경쟁질서 보호라는 명분에 걸맞은 결론으로 평가한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MS는 우리나라 스마트폰·태블릿PC 제조사가 SEP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국내외 판매·수입 금지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설령 그것이 비표준특허(non-SEP)라 할지라도 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비표준특허를 5년간 양도할 수 없게 해 제3자에 의한 특허횡포도 원천적으로 막았다.

이 같은 우리기업 보호장치는 우리 정부로서는 일견 당연한 조치지만, 이는 해외로 시각을 넓혀 놓고 보면 무조건 반길 일만도 아니다. 삼성·LG 등 우리 스마트폰 제조사가 해외에서 영업하고 특허권을 행사할 때 똑같은 조건을 강제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기업이 기술 특화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다른 국가 핵심인력·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우리에게 오히려 제약 또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나의 칼은 상대에게 방패를 진화시킬 힘을 주고, 나의 방패는 상대 칼에 뚫을 욕심을 제공한다. 특허란 이름 자체에 담겨 있듯 상대적 개념이다. 규제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정이 우리 기업을 놓고 보면 이득인 것 같지만, 다시 우리 기업 해외 활동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이제 기업이 정부 고심의 결과를 받아 들고 미래지향적 특허전략을 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