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특별기획]<3> 게임·콘텐츠-"중국 물량공세에 쫄지말고 선진 시스템·인력 키우자"

[차이나 특별기획]<3> 게임·콘텐츠-"중국 물량공세에 쫄지말고 선진 시스템·인력 키우자"

최근 중국 프로축구 리그가 무섭게 성장했다. 각 구단이 해외 명장과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단기간에 수준이 높아졌다.

드록바와 아넬카 같은 유럽리그 최고 선수도 중국을 거쳤다. 월드컵 우승 경력의 리피 감독도 광조우 에버그란데 팀을 이끈다. 이 같은 투자는 아시아챔스 리그에서 중국 프로팀이 우승을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두일 킹넷 고문
김두일 킹넷 고문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중국 게임회사의 고급인재 확보 경쟁은 놀랍다. 중국시장을 목표로 한 내수 지향 회사들까지 외국인 고급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게임업계가 시장선점·IP 확보 경쟁에 이어 선진적인 시스템을 경험한 외국인 고급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환경은 외국인들이 살기에 그리 좋지 않다. 언어와 음식, 교육 문제 외에도 황사, 미세먼지 등 공기오염이 매우 심하고 물가도 외국인이 살기에 비싼 편이다. 공공질서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 게임 개발자들이 최근 중국으로 많이 건너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조그만 중국회사도 한국 대형 게임회사에 다니는 인력에게 거액을 제시한다. 급여 외에도 복리후생이나 상여, 세금문제까지도 완벽한 패키지로 구성해서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높은 연봉을 받고 중국에 온 개발자 대부분이 중국 특유의 제작시스템에 힘들어 한다.

중국 게임 제작시스템은 아직까지 ‘공장형 생산’에 가깝다. 대량생산 혹은 카피 생산에는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데 ‘창의성’을 가미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벽에 막힌다. 외국인 개발자가 창의력을 강조한 디렉션을 중국인 스태프에게 전달하면 이해를 못하거나 난감해 하는 때가 종종 발생한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감독이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이라’고 지시하면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다. “왼쪽 사이드로 20미터 질주한 다음에 뒤로 빠져서 패스를 받고 다시 전진한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오더를 내려야 한다.

반면에 거액의 비용을 들여 외국인 개발자를 스카우트해 온 경영진은 단기간에 선진적인 제작시스템이 회사에 정착하기를 바란다. 개발자 개인 능력보다는 시스템 노하우를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직접 그림을 수정해 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상대적으로 중국회사 적응이 수월한 편이고 PD나 기획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게임회사들이 중국회사와 경쟁에서 아직 앞서가는 분야가 바로 제작 시스템이다. 레퍼런스가 있어야 제작이 원활한 중국회사와 달리 한국개발사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새로운 시도를 매출로 잇는 대한 비즈니스모델(BM) 연구는 한국 회사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게임개발사들이 창의력과 현실을 반영한 BM을 적절하게 섞는다면 압도적인 물량을 쏟아부은 중국 대작게임과 경쟁에서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한국의 유능한 축구 선수들이 대거 중국 프로리그로 스카우트돼 간다. 리그 규모나 선수들 평균연봉에서 중국 축구가 한국을 압도한다.

하지만 국가대표끼리 붙으면 여전히 한국이 우위다. 우리는 월드컵에 매번 진출하지만 중국은 매번 실패한다.

게임시장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우리에게 비교 우위가 있고 한국만의 장점이 크다. 자신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중국이 선진 제작 시스템을 자체 생태계에 제대로 녹여내기까지 시간이 남았다.

개발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개발자 숫자, 시장규모에 압도되지 말고 우리만의 장점인 제작 시스템을 발전시키며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면 한국 게임업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물량으로 승부를 걸지 말고 시스템으로 승부를 걸자. 이것이 바로 한국 모바일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중국 상하이=김두일 킹넷 고문 dooil.kim@gmail.com